SK텔레콤의 프로농구팀 장순일지원팀장(37·서울 강동구 명일동). 그러나 행복한 표정이다.
1990년 대기업 선경에 입사한 그는 94년 선경이 한국이동통신(SK텔레콤의 전신)을 인수하자 통신쪽으로 옮겨 앉았다. 요즘같은 ‘디지털 열풍’도 없던 당시엔 정보통신, 그중에서도 이동통신이 이른바 ‘뜨는’ 분야였다.
그런데 97년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SK텔레콤이 농구팀을 인수한다는 뉴스를 듣고 선뜻 농구 지원팀으로 나섰다.
“한때 스포츠기자를 지망했을 정도로 스포츠광이거든요. 아무리 정보통신분야의 전망이 밝다고 해도 이번에 가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았어요.”
막상 일을 시작하니 단순 애호가의 입장과는 사뭇 달랐다. 우선 날마다의 승부집착에서 벗어나기 힘들었다. 경기에 지면 속이 쓰려 밥맛도 없고 좋아하는 술도 쓰기만 했다. 시즌(11∼4월)엔 평균 이틀에 한 번꼴로 이런 일을 겪어야하는데다 매 시즌마다 홈(충북 청주)에서 18경기, 타지역에서 18경기를 해야하기 때문에 잠자리가 일정치 않아 피곤했다.
비시즌엔 더 바빴다. 선수들 국내외 전지훈련 장소를 물색, 시즌에서의 성적을 평가해 연봉을 협상하고 국내외 스카우트 등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불평을 마구 털어놓기도 한다. ‘하도 신경을 써서 이전보다 머리카락도 많이 빠졌다’ ‘일년에 50일은 밖에서 잔다’ ‘잘 나가는 정보통신업계보다 전망이 밝지 않다’ 등등…. 그렇지만 이 일을 그만둘 생각은 전혀 없다.
“언제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샐러리맨의 슬픔이 늘 있었거든요. 중요한 건 지금하는 일이 얼마나 재미있고 그 일을 즐기느냐가 아닐까요.”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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