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포에버 탱고’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격정적인 ‘반도네온의 춤’을 추고 난 여배우 미리암 라리시(33)와 남배우 세자르 코엘호(20)는 물기 어린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가쁜 숨을 몰아 쉰다. ‘반도네온’은 ‘탱고의 혼’을 상징하는 악기. 이 춤은 탱고의 혼과 함께 살아가는 여인의 운명을 표현한 휘날레 댄스다.
‘열정과 관능의 댄스’ 루이스 브라보의 ‘포에버 탱고’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한국을 찾았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턱시도 차림의 남성과 관능적 의상의 여성이 함께 추는 탱고는 열정과 품격을 동시에 갖춘 춤. 현란한 하체의 움직임에 비해 격조있는 상체와 절제된 시선은 묘한 대칭의 매력을 느끼게 한다. 25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탱고는 아르헨티나의 문화적 뿌리이자 삶의 일부분입니다. 아르헨티나에서는 저녁이 되면 탱고를 추는데, 로맨틱하고 열정적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밤에 휩싸이다 보면 탱고를 추지 않을 수 없게 되죠.”
세자르 코엘호는 단원 중 가장 어리고 혈기 왕성한 배우. 11년간의 농구선수 생활을 통해 단련된 몸매를 갖고 있는 그는 ‘포에버 탱고’의 브로드웨이 공연에서 이미 여성관객들의 ‘달링’으로 떠올랐다. 아르헨티나의 전통적인 댄스 집안에서 태어나 아버지로부터 탱고를 배웠고, 모던댄스 무용가인 어머니로부터는 발레 재즈 탭댄스 등 현대무용을 섭렵했다.
‘포에버 탱고’에 출연하는 남녀 커플은 모두 7쌍.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배우들은 열정과 연륜에서 나오는 다양한 춤을 선보인다. 그 중에서 눈부신 은백색 의상을 입은 미리암과 야성미 넘치는 세자르는 대단원을 장식하는 히어로다.
“탱고란 외로움과 슬픔이 담긴 춤이지요. 매일밤 같은 무대에서 정해진 스윙과 스탭을 밟지만, 저마다 다른 감정과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1990년 초연 때부터 오리지널 캐스트로 활약하고 있는 14년 경력의 탱고 댄서 미리암은 “나는 ‘탱고의 혼’과 결혼했다”고 말할 정도. 브로드웨이 뮤지컬 ‘Me & My Girl’과 ‘42번가’의 아르헨티나 공연에도 출연했으며, 남미를 배경으로 한 할리우드 영화 ‘Mambo King’에 나오기도 했다.
‘포에버 탱고’는 2시간 동안 특별한 줄거리 없이 음악과 노래, 춤을 통해 ‘탱고의 역사’를 보여준다. 탱고는 1880년 아르헨티나의 항구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로 이민온 유럽인들이 쓸쓸함을 달래고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기 위해 즐기던 춤. 초창기 하층민 문화였던 ‘탱고’는 1930년대 아르헨티나의 군사 쿠데타로 금지되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상류계급의 문화로 자리잡았으며, 유럽에서 폭발적 인기를 얻은 후 영화 등 다른 예술분야에서 차용되며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아르헨티나 태생의 첼리스트이자 음악작가인 루이스 브라보가 제작한 ‘포에버 탱고’는 1990년 이후 뉴욕 브로드웨이를 비롯, 이탈리아 영국 캐나다 포르투갈 스페인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공연돼 열광적 인기를 얻고 있다. 춤으로 전세계에 아르헨티나를 알리는 문화사절단인 셈. 세계에 내놓을 문화상품이 변변찮은 우리에게는 무척 부러운 공연임에 틀림없다. 월∼금 7시반, 토일 3시 7시반. 3만∼8만원. (지역번호 없이) 1588-7890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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