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아차, 나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 입력 2000년 3월 22일 19시 25분


▼'아차, 나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앨린 프리먼·보브 골든 지음/메타브랜딩 옮김/세종서적 펴냄/328쪽 9000원▼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는 메모지 포스트잇, 어린 아이들이 갖고 노는 요요 장난감, 부드러운 거즈를 댄 반창고 밴드에이드, 우리가 익숙하게 사용하고 있는 수많은 히트 상품들.

알고 보면, 이들은 평범한 사람들의 단순한 아이디어로부터 탄생한 것들이다. 언뜻 보기에 특별할 것 없고 시시하기까지 한 그 아이디어들. 그러나 과연 남들과 아무런 차이도 없으면서 그들이 그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었을까?

<아차, 나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의 저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어, 저건 나도 생각했던 건데!’하고 놀라게 하는 그 단순한 아이디어들(혹은 그 아이디어를 낸 사람)을 요모조모 살펴보면, 한 두 가지씩 독특하게 차별되는 점들이 발견되기 마련이라는 것.

이 책에서는 어떤 아이디어들이, 어떻게 남들보다 한 발짝씩 앞서 나갔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본다. 저자들은 50가지 선별된 상품들에 관해 면밀히 조사하고 분석한 끝에 기발한 아이디어로 부를 얻는 길을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번째, 소비자의 눈으로 생활의 불편에서 아이디어를 포착한다. 해고를 두려워한 타이피스트가 발명해낸 수정액, 찬송가 페이지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던 성가대원이 만들어낸 포스트잇 등이 이러한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것들이다.

두번째, 기업가의 눈으로 스쳐가는 아이디어를 포착한다. 이것은 잊혀진 아이디어를 발굴하거나 부족한 아이디어를 개량하는 것으로, 요요, 실리퍼티(일명 얌체볼) 등은 기업가적 시각을 가진 이들에 의해 히트상품으로 다시 태어난 것들이다.

세 번째, 마케터의 눈으로 숨어 있는 히트 상품을 발견한다. 잠재력을 발휘하지 못한 기업이나 상품을 매입한 다음 마케팅과 금융 면에서 수완을 발휘하여 이윤을 내는 것이다. 롤러블레이드, 탬팩스의 성공이 바로 이러한 경우이다.

이 책은 즐겁고 창의적인 곳에 초점을 두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태어나서 베스트 상품이 되는 과정을 소개한다. 요요와 케첩이 동양에서 유래했다는 얘기는 사실일까? ‘자해 공갈’ 수준이었다는 바세린의 마케팅이란 어떤 것이었을까? 성공을 위해 분투했던 사람들, 재미난 일화나 숨겨진 비화들, 아이디어의 탄생을 자극한 사회적 역사적 배경에 얽힌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원작이 미국에서 나온 것이라, 우리에게는 생소한 상품들도 많이 눈에 띈다. 그러나 그 아이디어에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불러일으키는 흥미는 익숙한 이름들을 확인하는 재미에 못지않다.

이유미<동아닷컴 기자>hazel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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