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시차를 두고 ‘일근천하무난사’라고 쓰인 글씨 두 점이 잇따라 공개됐다. 이 두 점의 글씨가 눈길을 끄는 것은 그 주인공이 안중근의사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라는 점 때문이다.
하나는 안의사 순국 90주년(26일)을 앞두고 여순순국선열기념재단이 23일 공개한 안의사의 유묵 ‘일근천하무난사’. 안의사가 순국하던 1910년 3월26일자 ‘만주일일신문’에 실렸던 것이다. 여순재단이 신문자료 상태로 발굴해 선보인 귀중 자료. 실물이 남아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발견된 안의사의 유묵이 적지 않지만 이 유묵은 특히 안의사 순국 당일 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다른 한 점의 ‘일근천하무난사’는 박정희(朴正熙) 전대통령이 정명예회장에게 써 주었던 휘호. 22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자택에서 가회동 새 집으로 이사하던 도중 정회장의 이삿짐에 포함되어 있었다.
하나는 안의사가 직접 쓴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박정희 전대통령이 정명예회장에게 써준 것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각기 다른 방식으로 우리 역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이들의 사연과 얽혀 의미가 남다르다.
안의사가 조국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다면 정명예회장은 광복 후 경제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두 사람의 인생 역정은 달랐으나 그들의 삶은 그야말로 ‘일근천하무난사’였다. 일확천금을 꿈꾸는 오늘의 상당수 한국인에게 이 글귀가 주는 무게는 결코 작을 수 없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