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대한 그리 심각해 보이지 않는 짤막한 思考의 단편들.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건들에 대한 조용한 얘기들과 그것을 바라보는 잔잔한 시각.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속에는 짧고 단순하지만 잠시라도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주어진다.
짧은 글 속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런 것일지 모른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나와 같이 느끼는 누군가가 있다는 위안감, 그리고 동질감.
‘상실의 시대’ ‘노르웨이의 숲’ ‘댄스 댄스 댄스’ 등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 책 속의 문장들을 ‘스케치’라고 부르고 있다. 스케치라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그것은 바로 소설도 논픽션도 아니며, 타인의 이야기 속에서 자신만의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데드히트(dead heat). 그것은 치열한 삶 속에서 자신과 또는 타인과의 대접전을 가리키는 말. 우리는 우리 자신을 맞춰 넣을 수 있는 인생이라는 운행 시스템을 소유하고 있지만, 동시에 그 시스템은 우리 자신을 규정하고 있다. 그것은 회전목마를 닮았다. 그저 정해진 장소를 정해진 속도로 순회하고 있을 뿐.
지금까지 살아 오면서 나에게만 일어날 수 있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었다면, 그것을 가슴에 묻고 살아왔다면 나 또한 이 세상을 향해서 "나는 나"라는 외침을 통해 데드히트적인 삶을 살고 있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주 희한하고도 생소한 경험, 그것은 오직 나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현주<동아닷컴 기자>vividr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