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이자 현직 언론인인 저자가 10년에 걸친 사료 조사와 현장 취재 끝에 한국 불교 1600년사를 빛낸 고승 대덕 거사 25명의 장엄한 생애와 사상을 생생하게 서술했다. 관련 사찰과 유적의 현장사진과 상세한 지도를 곁들여 그들이 우리 민족의 정신사에 남긴 커다란 자취를 복원했다.
삼국의 피비린내 나는 전쟁 속에서 원효는 민중불교의 새벽을 열었고, 백제가 망한 뒤 진표는 미륵불의 현신으로 유민들의 아픈 가슴을 위로했다. 신라말 후삼국의 전란기에는 도선이 창조적 풍수사상을 통해 불법을 펼치려 애썼고, 종파의 난립과 승려들의 타락이 극심하던 고려시대에는 대각국사와 보조국사가 선교회통을 위해 몸바쳤다.
한국 불교의 유구한 법맥을 수호하기 위해 피눈물로 고행 정진하던 성스러운 명산 고찰,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보살행을 실천했던 역사적 현장을 관광지가 아닌 순례지로 보자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467쪽 1만5000원.
<김형찬기자> 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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