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창무예술원 '내일을 여는 춤2000'

  • 입력 2000년 4월 6일 08시 37분


“한국의 창작춤은 과연 전통춤에 어느 정도 기반을 두고 있을까?”

한국 무용계에는 살풀이 승무 태평무 등 인간문화재의 전통춤을 원형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과 한국춤도 현대 감각에 맞게 새롭게 창작해야 한다는 논쟁이 일어왔다. 그러나 양측 모두가 공감하는 명제는 ‘전통적 춤사위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수련이 없으면 창작춤도 제대로 나올 수 없다’는 것.

창무예술원(이사장 김매자)이 주최하는 ‘내일을 여는 춤 2000-우리춤 뿌리찾기’는 한국 창작춤에서 전통의 뿌리가 얼마나 보존되고 있고, 그 응용은 어디까지 가능한가를 확인할 수 있는 무대. 7∼18일 서울 마포구 창천동 포스트극장.

출연진이 원형 그대로의 전통춤을 보여준 뒤 그 전통춤을 기반으로 한 창작춤을 잇따라 공연해 관객들이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할 수 있도록 한다. 창무회원 뿐 아니라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중견 무용인 8명도 출연한다.

서희수(창무회) 김현숙(단국대교수) 정혜진(예원학교 무용과장) 3명은 한영숙류와 강선영류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왕가(王家)의 만수무강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전통춤 ‘태평무’(太平舞)를 실연한다. 그러나 이들이 각자의 방법론에 의해 태평무를 재해석한 창작춤은 사뭇 다르다.

서희수는 현실 속에서 태평성대를 추구할 수 없었던 민중의 생의 무게에 초점을 맞춘 창작춤 ‘잠의 무게’를, 김현숙은 태평무 속에 나타난 궁중여인의 감추어진 한(恨)의 역사를 보여주는 ‘잃어버린 시간 속으로’를, 정혜진은 태평무의 유려한 발 디딤새 동작을 대지의 신(地母神)을 불러내는 제의로 해석한 굿형식의 ‘태평무-신맞이 2000’을 각각 선보인다.

또 전통춤의 영역을 확대하는 시도도 이뤄진다. 윤여숙(부산 예술문화대 교수)은 ‘강태흥류 산조춤’에 대한 탐구를 통해 새로운 작품 ‘결’을 창작해 보여준다. 진도 씻김굿거리 중 ‘영돗말이’ 전통춤을 실연하는 정영례(목포시립무용단 상임안무가)는 신명과 무속 춤사위를 이용한 현대적 창작춤 ‘아리랑의 혼’도 선보인다.

한국 창작춤은 1976년 창무회 창단공연에서 김매자가 버선을 벗고 추는 ‘맨발춤’을 선보이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7일 개막축하공연에는 김천홍 박병천 김진걸 김매자 김숙자 등 원로 중견 무용가 다섯 명이 출연, 전통춤-신무용시대의 춤-창작춤 등 한국 창작춤의 계보와 역사를 보여준다. 평일 7시반, 토일 6시. 1만2000원(전공연 관람 패키지티켓 3만원). 02-336-9210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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