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삐에르 글·필립 무엥 그림/성우
□어린이를 위한 세계의 명화
지경사
프랑스 파리에 사는 열두살 소년 줄리앙은 어느날 우체통에서 한 장의 엽서를 꺼내듭니다. 갈색 머리 아이들 세 명이 앉아있는 멋진 그림이었지요.그런데 엽서 아래쪽에 쓰여진 ‘P.고갱 91’. 호기심 많은 줄리앙이 이 ‘암호’를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죠. 제일 먼저 사전을 펼쳐 들었습니다.
“화가 폴 고갱. 1848년 파리에서 태어나 1903년 오세아니아에서 죽었다고? 오세아니아, 오세아니아가 어디지?”
‘고갱-고갱씨 안녕하세요’(성우)는 이렇게 열두살 줄리앙이 제 힘으로 폴 고갱을 알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고갱의 작품세계를 보여줍니다. ‘화가의 마을’이라는 제목이 붙은 시리즈의 첫권인데요, 1989∼96년 벨기에 카스테르망 출판사가 출간했어요. 이 책을 읽을만한 나이의 아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레오나르도 다 빈치’부터 ‘샤갈’까지 르네상스에서 초현실주의에 이르는 주요화가들의 삶과 서양미술사를 항해하죠.
이 시리즈는 서양미술사나 주요한 작가론을 그저 아이들 수준에 맞게 쉽게 고쳐 쓴 정도가 아니라 역동적으로 구성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고갱’의 경우만해도 주인공인 줄리앙은 고갱의 주요한 작품의 배경을 따라 노르망디 브르타뉴지방, 세계에서 고갱의 작품이 가장 많다는 파리의 오르셰미술관을 여행하게 되죠.
한 작가를 알아가는데 사전 지도 미술관 때로는 낡은 책방까지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파리 소년 줄리앙을 통해 알아 나간다면 ‘무언가를 스스로의 힘으로 배우는 방법’에 대해서도 좋은 깨우침이 되겠죠. 하지만 이 책의 장점인 자세한 설명과 역동적인 구성이 저학년이나 미술에 관심이 덜한 아이에게는 오히려 부담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들에게 조금 더 쉬운 접근법을 쥐어주고 싶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책이 ‘어린이를 위한 세계의 명화’입니다. 이화여대 홍선표교수(미술사학과)가 감수한 이 책에는 르네상스 미술의 선구자인 조토부터 바우하우스 작가인 몬드리앙, 클레까지의 주요작품이 소개돼 있어요. 작품으로 본 서양미술사인 셈이죠.
이 책의 매력은 그림에 담긴 의미나 작가, 작품에 얽힌 뒷 얘기들을 귀띔해주는 작은 상자글에 있습니다. 글쎄, 그 유명한 ‘비너스의 탄생’을 그린 보티첼리는 여자하고의 연애는 커녕 결혼하는 꿈조차 꾸기 싫어한 독신주의자였다는군요. 아쉬움으로 남는 것은 그림책인데도 불구하고 인쇄상태가 썩 훌륭해 보이지 않는 장들이 종종 발견된다는 점입니다. ‘어린이를 위한 한국의 명화’가 짝으로 함께 출간됐어요.
천지만물의 색이 풍성해지는 봄, 아이들과 함께 이 책들을 읽다보면 의외로 풍부한 정보량에 부모님들도 퍽 유익한 미술사산책을 하게 됐다는 사실을 발견하시게 될 겁니다. ‘화가의 마을’ 시리즈는 각권 8000원. ‘세계의 명화’는 각권 1만3000원.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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