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10代가 보인다'/무엇이 10代를 거리로 내몰았나

  • 입력 2000년 4월 10일 19시 43분


밤 10시 대학로. 한 무리의 사내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나 마로니에 공원 한 귀퉁이에 자리잡는다. 10대 다섯명. 그들은 담배를 피운다. 접근을 시도해 본다. 한 사내가 답을 해 주겠노라고 나선다. 네명은 낄낄대고 있다.

-생활속에서 폭주가 제일 재미있나?

“아니, 섹스.”

-다치지는 않나?

“당연히 다친다. 그걸 알면서도 타는거다.”

-이 세상에 대해 말하자면?

“X같다.”

-자신이 어른이 된다면?

“생각 안해봤다.”

기성세대는 오만불손한 폭주족에 시비만 걸어왔다. 왜 폭주를 즐기는지 물어봐 주지도 않으면서. 무엇이 도로 위로 10대들을 내몰았는지 모르면서.

‘현직’고교생과 자퇴생 방송작가 대학생 폭주족 주유소아르바이트생 등 30여명이 모여 위와 같은 10대에 대한 얘기를 모아 책을 써냈다. ‘10대가 보인다’(사이간). 이 책에서 지은이들은 10대의 특징을 설명해 주는 7가지 ‘아이콘’에 대해 얘기한다. 테크노, 사이버, 애니메이션, 스타, 패션, 성(性), 그리고 학교.

‘N세대’라고 10대를 이름 지으며 자신들과 멀리하는, 한때는 비트족이었고 펑크였으며 오렌지족이었던 기성세대, 그리고 부모들에게 글쓴이들은 10대를 이해하는 방법을 ‘걸음마’가르치듯 일러준다. ‘방가’의 뜻부터 최근 일본 대중음악계를 주름잡고 있는 TK사단과 빙(Being)계열에 이르기까지.

개성적이고 창조적인 인간을 키워내기 위해 ‘획일적으로’ 교육을 한다고? 글쓴이들은 “10대에게 필요한 것은 그 안에서의 적응이 아니라 어디에서든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무대”라고 주장한다. 그 무대는 학교일 수도, 대안학교, 가정학교일 수도 있으며 케이블TV VJ일수도, 창업일 수도 있다. 글쓰기에 참여한 청소년미래신문 변현경취재팀장(29)은 “그곳으로 나서기까지 끊임없이 기성세대와 부딪히는 10대와 부모들의 거리를 좁히고 둘 사이의 연결고리를 만들기 위해 글을 썼다”고 말하고 있다.

“누구든 한 때는 10대였건만, 언제 자신이 10대였냐는 듯, 오직 지금의 10대만 걱정한다. 모두들 10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그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나성엽기자> newsd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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