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결혼해서 처음에는 매주 찾아뵐 것 같았는데 1시간반 거리인데도 회사일을 핑계로 설날 이후 어머니를 뵙지 못했다. 올해 72세. 100살까지 사신다고 해도 지금처럼 1년에 서너번 찾아뵌다면 100번이 안된다.
고층건물 공사가 한창인 지하철 2호선 역삼역 뒷골목에 ‘사립문’이라는 집이 있다. 부모님에게 죄송한 마음을 느끼는 ‘신(新)불효자’에게 추천할 만한 만두집이다.
이북식으로 두툼하고 크게 빚어 촉촉하게 쪄나오는 왕만두(4000원)가 메인 메뉴. 만두국(4500원), 칼국수와 나오는 칼만두(4500원),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수육 국수가 조화를 이루는 만두전골(7000원)도 인기다.
밀가루에 대두 검정콩 율무 현미 보리 등 5곡 가루를 섞어 만두피와 국수를 만든다. 씹히는 맛이 쫀득쫀득하면서 잡곡의 느낌이 혀에 그대로 전해져 ‘만두나 칼국수가 다 그렇지’ 하던 사람들도 뭔가 다르다는 걸 느낀다.
만두속은 숙주 두부 부추를 넣어 빚는데 깔끔한 맛을 위해 신 김치를 쓰지 않고 배추를 삶아서 썰어 넣는다. 국물은 사골과 소뼈에 양지머리를 넣고 푹 고아 식힌 후 기름을 걷어낸 육수를 쓴다. 국수나 만두도 텁텁한 맛을 없애기 위해 육수에 넣어 삶지 않고 따로 삶은 뒤 육수에 말아서 데워 내놓는다.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나는 것도 이 때문.
저녁에는 돼지고기 삽겹살과 목살의 소금구이도 하는데 200g 정량을 지키고 참숯불에 구워 맛이 좋다.
주인 아저씨는 조리사 모자를 쓰고 직접 반죽해서 만두와 국수를 만드는데 입담이 좋아 언제가도 즐거운 기분으로 식사할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밤10시. 02-561-4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