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꾸러기 주인공 앨피가 조그마한 소동을 벌였다. 한 골목안에 여러집이 모여사는 주택가이거나 복도식 아파트에 살고 있다면 자신이 직접 겪지 않았더라도 어린 자녀를 둔 이웃의 일로 한번쯤 경험해 보게 되는 안전사고.
“아가야, 울지 말고 문 열어. 그래 거기 문고리를 돌리고…”
그렇다. 아이가 혼자 집안에 갇힌 것이다. 저자 휴즈가 사는 곳은 영국이지만 어쩌면 아이들의 장난은 이렇게 국경을 초월해서 닮아있는 것인지….
시장에 갔다 오는 길에 신나게 달리기를 해서 엄마와 유모차에 탄 동생 애니 로즈를 제치고 먼저 집에 도착한 앨피. 흥분한 앨피가 “내가 일등! 내가 일등!”하는 사이 엄마는 시장바구니와 열쇠를 집안에 놓아두고 동생을 데리러 갔는데, 아뿔싸 그 순간 앨피가 쾅!하고 현관문을 닫아버렸다.
까치발을 해보지만 현관문 손잡이에도, 편지함 구멍에도 손이 닿지 않는 앨피. 지치고 배가 고픈 동생이 울자 앨피도 덩달아 울음보가 터졌다.
이웃집 맥널리 아줌마가 아이들 우는 소리에 달려와보고 이제는 엄마와 아줌마가 함께 “거실에 가서 작은 의자를 갖고와 보렴”하고 앨피를 달래지만 소용이 없다.
맥널리 아줌마가 키 큰 딸 모린누나를 부르자 누나는 홈통을 타고 올라가겠다고 하고, 앨피와 친한 우유배달 아저씨도 배달을 멈추고 앨피를 달래고 건너편 집에서 유리창을 닦던 아저씨는 사다리를 들고 달려오는데….
결국 누가 문을 열었냐고? 어른들이 바깥에서 난리를 치는 사이 울음을 멈춘 앨피가 의자를 놓고 올라가 손잡이를 돌렸다. 이 모든 소동의 원인 제공자임에도 불구하고 문을 열었다는 사실만으로 ‘자기가 아주아주 자랑스러워서 현관문을 끝까지 활짝 열어젖힌’ 앨피의 으쓱한 모습에는 웃음이 터진다.
함께 읽는 아이에게 “보렴. 너도 앨피처럼 이렇게 문 쾅 닫는 놀이를 하면 안되겠지?” 하고 주의만 줄 일인가? 앨피 엄마처럼 열쇠를 안에 두지는 말자고 부모도 속으로 다짐할 일이다.
유쾌하고 실제적인 ‘교훈’을 담은 이 책은 따뜻하게 읽힌다. 곤경에 처한 앨피네를 돕기 위해 내 일처럼 허둥대는 이웃들의 모습 때문이다.
혹시 당신은 “아가야 문열어”하는 이웃의 화급한 외침에 “시끄러워라. 부모가 칠칠치 못하긴…” 하고 빼꼼히 문만 열어보았다가 닫지 않았던가?조숙은 옮김. 7000원.
<정은령기자> 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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