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이종석 박사(세종연구소 연구위원)가 1995년에 출판했던 ‘현대북한의 이해 : 사상·체제·지도자’를 저자 스스로 사실상 거의 완전히 새롭게 쓴 책이다.
북한에 대한 책은 특히 북한의 위기가 심각하게 논의되기 시작한 80년대 후반 이후 국내에서 적지 않게 출판됐으나, 서평자가 보기에, 이 책이 가장 돋보인다. 그 이유로 다음 네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 이 책은 조선공산주의운동의 초기부터 오늘날의 김정일(金正日)정권에 이르기까지 북한이 걸어온 길을 역사적 맥락에서 거시적으로 살폈을 뿐만 아니라 북한정권의 대내외적 작동의 원리와 기제를 미시적인 수준까지 밝혀내는 데 성공했다.
서평자는 특히 후자를, 즉 북한정권이 현재 어떤 사람들 또는 세력들에 의해 어떤 논리와 수단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지를 동태적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한 부분을 이 책의 가장 큰 업적으로 본다.
둘째, 이 책은 기존 자료의 철저한 독해에서는 물론 새로운 자료의 발굴에서도 성공했다. 북한의 1차 자료들을 이처럼 폭넓게 섭렵한 경우는 드물 것이다. 게다가 일본의 자료와 중국의 자료를 찾아냄으로서 진상에 훨씬 더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다. 또 이 책은 북한의 시기구분론과 북한연구의 방법론에 대해서도 깊이 있는 토론을 통해 수긍하기에 충분한 결론을 내렸다.
셋째, 이 책은 남한에서 북한 연구가 어떻게 성장해 왔는가를 연구실적들을 중심으로 실증적으로 밝혀냈다. 사람들은 흔히 남한에 북한 연구자들이 아주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연구실적도 충분하지 못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고나면 그러한 말이 사실에 어긋난 것임을 쉽게 인정하게 된다. 특히 남한에서 잘 훈련된 북한 연구자들이 적지않게 길러졌으며 그들의 연구업적이 믿을 만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넷째, 이 책은 북한에 관한 몇 가지 중요한 쟁점들에 관해 권위있는 해석을 내렸다.
(1) 김일성의 정체에 관해서이다. 이 책을 읽고나면 더 이상 ‘가짜 김일성’론에 귀를 기울일 수 없게 된다. 간단히 말해, ‘백발이 성성한 전설적 영웅 노장군 김일성’은 존재한 일도 없고, 보천보전투의 김일성이 죽은 사실도 없으며, 북한의 김일성은 항일게릴라투쟁의 지도자였다는 저자의 주장을 받아들이게 된다. 동시에 이 책은 ‘김일성 신화화’의 허구에 대해서도 비판함으로써 전체적으로 균형을 잡고 있다.
(2) 김정일의 능력에 관해서이다. 김정일을 병약하고 규범일탈적인 무능한 지도자로 보는 일부의 설명과 대조되게 이 책은 그가 위기관리에 유능한 지도자로 본다. 물론 이 책은 김정일 아래서의 북한이 직면한 경제파탄상태의 심각성을 결코 경시하지 않는다. 그러나 주체사상에 구속된 경제체제의 구조적 모순이 빚어낸 위기를 김정일이 그런대로 적절히 관리해 왔으며 김정일의 권력상황은 안정되어 있다고 평가한다.
(3) 북한의 장래에 관해서이다. 이 책은 북한의 ‘조기(早期)붕괴’론을 부인하면서 북한의 체제내구력을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그러나 북한에게는 2개의 길만이 남아 있다고 본다. 하나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길이며 다른 하나는 그것을 거부한 채 몰락을 재촉하는 길이다. 앞의 길을 걸어 존속이 가능해지는 경우, 그것은 완전히 다른 북한이 될 것으로 진단한다. 653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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