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출판사가 파악하는 독자군은 두 부류. 1980년대 금서였던 체 게바라를 숨어서 읽은 30대와 대학생을 중심으로한 20대 초반 젊은이들이다.
“그런데 20대 독자들의 성향이 잘 이해되지 않아요.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젊은이들이 체 게바라 브로마이드를 받겠다고 독자 초청행사 몇시간 전부터 와서 지키고 있는데, 그 사람들이 도대체 체 게바라를 어떤 의미로 이해하는 것인지….”(실천문학 이순화편집장)
‘체 게바라 읽는 노랑머리들’의 암호를 푸는 코드는 의외의 곳에서 발견된다. 체 게바라 홈페이지(http://cheguevara.com.ne.kr)의 토론방이 그 한 예.
‘홈페이지가 있다는 것을 RATM 동호회 들어갔다가 우연히 보게 됐어요. 요즘 체 게바라 평전을 읽고 있는데…’ ‘전 이분(체 게바라)을 알게 된 게 RATM 때문입니다. 뭐하는 사람인가 궁금했는데…’
방문자들 사이에 체 게바라만큼이나 자주 언급되는 RATM(Rage Against The Machine)은 90년대 초 탄생해 빌보드차트를 휩쓴 미국의 하드코어 록 밴드. 공격적인 사운드에 ‘반제국주의’ ‘반 자본주의’ ‘혁명’ 등 정치적 저항성이 강한 메시지를 담는 이들은 공연때 체 게바라의 얼굴이 새겨진 셔츠를 입거나 기타 앰프에 체 게바라 사진을 붙여 90년대 젊은이들 사이에 체 게바라를 되살리는 기폭제 역을 했다.
RATM의 노래에 맞춰 헤드뱅잉을 하는 20대에게는 체 게바라의 전기를 읽고 그의 브로마이드를 방에 붙이고 배지를 가방에 붙이는 일이 동일한 맥락의 문화적 행위다. 80년대 세대들이 오로지 종이책으로만 체 게바라에 접근했다면 90년대 젊은이들의 ‘체 게바라 알기’는 하드록, 인터넷 홈페이지등으로 경로가 다양해진 것.
출판사는 정확하게 성향분석은 못했지만 이미 젊은 독자들의 ‘달라진’ 요구에 부응해 가고 있다.
체 게바라 브로마이드 1만장을 인쇄해 사은품으로 뿌린 데 이어 곧 체 게바라 셔츠를 만들어 대학가 서점 등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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