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의 전례인 미사 중에 빠지지 않는 순서 중 하나는 잘못을 고백하는 기도. ‘내 탓이오’라고 가슴을 치며 참회를 하는 것은 매사를 남의 탓으로 돌리는 세태에 신선한 자극제가 되며 사회운동으로 발전하기도 했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지난달 나치의 유태인 학살에 대해 교회가 침묵했던 사실 등 지난 2000년 동안 가톨릭 교회가 저지른 과오에 대해 참회를 한데 이어 한국천주교회도 200년간 민족과 역사 앞에 저지른 잘못을 고백키로 결정, 그 구체적 내용과 강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천주교 최고 협의체인 주교회의는 지난달 27일∼31일 열린 봄철 정기총회에서 2000년 대희년을 맞아 교회의 잘못을 참회하고 새 천년 한국교회의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문헌을 발표하기로 결정, ‘참회 대상’에 대한 본격 검토에 들어갔다.
이에앞서 지난해 11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산하 한국사목연구소가 학자와 교회지도자들을 초빙해 벌인 심포지엄에서는 △초기 박해시대의 조상제사 거부 △천주교 박해를 피하기 위해 중국에 도움을 요청한 ‘황사영 백서’ △천주교인이었던 안중근의사에 대해 교회가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던 것 등 독립운동기의 교회가 큰 역할을 못했던 점 △신사참배를 ‘정교(政敎)분리’ 원칙을 들어 허용했던 것 등에 대해 교회가 반성할 부분에 대해 논의를 벌였다.
한국사목연구소는 올해 9월30일 다시 심포지움을 열어 한국전쟁 기간을 포함한 현대사에 대해서도 과거사 반성 문헌과 관련한 의견수렴과 검토작업을 벌일 예정이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사무국의 정병조신부는 “과거사와 현대사에 대한 교회의 반성은 교회 내부에서도 여러 가지 시각이 있으므로 충분한 검토를 거친 후 주교회의를 통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본 천주교회는 1986년 주교단에서 제국주의 침략전쟁에 협조한 책임을 시인한 데 이어 1995년 종전 50돌에는 ‘평화에의 결의’란 담화문을 통해 교회가 귀중한 생명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었음을 참회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