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은 18일 “낡은 국군기무사 건물을 철거하고 새 건물을 지으면서 대로변 일부 부지에 미술관을 세울 예정”이라면서 “현재 기무사측과 실무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 지역은 기무사 건물(서울 종로구 소격동) 외에 10·26 당시 박정희대통령이 피격된 뒤 옮겨졌던 서울지구병원도 있어 시민들이 왠지 친하게 다가서기 어려운 공간으로 인식돼 왔다. 문화예술계는 1996년부터 기무사와 서울지구병원 건물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이 일대를 미술관 중심의 ‘문화의 거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문화예술계에서는 기무사건물 등이 월전미술관, 국제화랑, 아트스페이스서울, 아트선재센터, 프랑스문화원, 금호미술관, 갤러리 현대, 출판문화회관 등으로 이어지는 사간동 ‘문화의 거리’ 관광 동선(動線)을 끊는 장애물이라면서 이를 철거하고 그 자리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분관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같은 요구가 이번에 부분적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무사의 전체 부지는 8000여평. 이 가운데 헐리는 사령부 건물 부지 700여평이 문화공간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관광부는 기무사와 이 공간의 활용방안을 협의 중인데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분관 설립이 유력한 것으로 보인다.
기무사는 1913년에 건립돼 낡은 대로변 건물을 헐고 2003년까지 안쪽에 새 건물을 짓기로 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기무사는 교외에 마땅한 부지가 없고 이전비용(1300여억원)이 너무 많이 들어 그 자리에 신축하는 쪽으로 결론을 내렸다는 것.
문화예술계에서는 국립미술관 분관이 들어서면 이 일대가 본격적인 ‘미술관 거리’로 조성돼 명물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갤러리 현대 박명자 대표는 “‘미술관 거리’에 기무사가 여전히 남아 있어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그 자리에 미술관이 들어선다니 차선책은 되는 것 같다”면서 “파리의 퐁피두 광장처럼 이 일대에 미술관 외에 우리 나라의 대표적 음식점, 고급영화관 등 다양한 문화시설이 들어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트스페이스 서울’ 우찬규 대표는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이 생긴다면 전문가 위주의 과천 본관과 달리 일반인들도 쉽게 찾아 그림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밝혔다.그러나 문화예술계에는 기무사가 교외로 이전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남아 있다.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