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박 빙(薄 氷)

  • 입력 2000년 4월 20일 19시 56분


지금은 좀처럼 볼 수 없지만 영하의 혹한이 계속되면 한강물이 얼어붙어 썰매나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로 붐볐던 적이 있었다. 그 얼음장을 톱으로 설기설기 썰어 따다 보관했던 곳이 지금의 西氷庫(서빙고)다.

하지만 늦가을이나 초겨울 갓 추위가 시작될 때면 종잇장처럼 살짝 언 얼음을 볼 수 있다. 한자어로 薄氷, 풀이하면 ‘얇은 얼음’ 또는 ‘살얼음’이다. 이놈은 조그만 바람에도 쉬이 깨어지곤 한다. 그런 살얼음을 밟고 있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위태로울까.

詩經(시경) 小旻(소민)편에 보면 다음과 같은 대목이 보인다.

如臨深淵(여림심연)-마치 깊은 못 가에 있듯

如履薄氷(여리박빙)-살얼음을 밟듯

깊은 연못가에 서 있거나 살얼음을 밟듯 대단히 위험하여 戰戰兢兢(전전긍긍)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원래 ‘薄氷’은 ‘위태위태한 상태’를 뜻하는 말이었다. 실제로 우리말에도 ’살얼음을 밟듯‘이라는 표현이 있다. 그런데 그것이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근소한 ‘차이’를 뜻하는 말로도 사용되고 있다. ‘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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