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모차르트의 귀'/요절 음악천재들의 '의료 X파일'

  • 입력 2000년 4월 21일 20시 09분


▼'모차르트의 귀' 문국진 지음/음악세계 펴냄▼

'작곡가 말러가 치과 치료를 제때 받았다면 미국에서 훨씬 찬란한 음악인생을 꽃피웠을지도 모른다.’

물론 가정일 뿐. 말러는 51세 때 심내막염(心內膜炎)으로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다. 문제는 치근염을 일으키는 비리단스균이 심장에 번져 심내막염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말러 생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다는 사실. 모차르트와 파가니니는 수은중독, 베토벤과 무소르그스키는 간경변, 슈베르트와 볼프는 매독…. 대음악가들을 쓰러뜨린 병명들이다. ‘음악과 법의학-단명, 요절한 음악가들의 미공개 의료 파일’이라는 부제가 나타내듯, 저명 법의학자인 저자는 이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던 작곡가들의 사인(死因)에 돋보기를 들이댄다.

물론 ‘재부검’을 실시할 수는 없다. 그가 근거삼는 자료는 시공간을 달리하는 선배 의사와 환자의 지인들이 남긴 기록이다.

모차르트의 경우 타살 여부를 둘러싼 논쟁에도 불구하고 사인 자체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채 신부전으로 인한 사망설이 설득력을 얻어왔다. 그러나 기록에는 신부전에 필연적으로 따르는 ‘갈증의 호소’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팔다리의 부종 등으로 미루어볼 때, 오히려 수은중독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저자는 말한다. 차이코프스키가 콜레라에 걸려 죽은 것이 아니라, 동성애 사실이 알려지면서 명예를 존중하는 법률학교 동창들의 강요로 자살했다는 설은 최근 들어 제법 알려진 사실. 그렇다면 그가 사용한 약물은 무엇이었을까? 가장 설득력 있는 답은 비소(砒素). 쌀뜨물 같은 설사 등 비소중독의 전형적 증상은 콜레라와 구별하기 힘들 정도로 똑같다는 것이다.

책의 관심은 작곡가들의 사망 원인에만 멈추지 않는다. 모차르트가 ‘배설물’에 집착하는 이상성욕의 소유자였다는 것, ‘바이올린의 귀재’ 파가니니의 연주력에는 왼쪽 어깨가 높고 근육의 신축이 뛰어났던 ‘이상 체형’이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등의 흥미로운 일화가 곁들여진다. 19세기에 폐결핵은 예술가의 정열과 연관된 ‘창조의 병’으로 여겨졌다는 ‘병리풍속학적’ 정보도 빠지지 않는다.

“작곡가들은 가장 깊숙한 곳에 간직했던 이성과 감성을 총동원해 마지막 한 방울까지 짜내는 심혈을 기울인다. 이러한 죽음의 예술을 통해, 죽지 않고 영원한 감동으로 사랑받는 작품이 탄생하는 것은 아닐까.”

지명 등 일부 고유명사에 일본식 표기의 흔적이 나타나는 점은 옥의 티. 1만원.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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