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 나도 네 동생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어. 하지만 그애가 죽는다면 내가 대신 네 형제가 되어줄게.”
“채드, 넌 내가 취했다는 걸 알고 차 열쇠를 빼앗았지. 차를 달려 돌아오지 않을 작정이었어. 네가 내 생명을 구한 거야.”
10대 시절에 세상이 고민으로 가득차있지 않다면 감히 말하건대 비정상이다. 사소한 실수나 불운이라도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자포자기의 절망까지도 불러올 수 있는 ‘질풍노도’의 계절.
누군가 따뜻한 말을 건네고, 바른 도움말을 준다면 인생의 방향이 바뀔 수 있을 거다. 어른이나 선생님이 아니라도 좋다. 친구가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저자는 미국 전역을 돌며 타인의 따스한 배려로 위로와 용기를 얻은 10대들의 수기를 수집했다. 그는 “누구나 남에게 ‘테이스트 베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테이스트 베리란 어떤 음식에 넣어도 맛을 놀랍게 바꿔준다는 상상의 과일.
‘입장바꿔 생각하기’는 테이스트 베리가 되기 위한 중요한 열쇠다. 하노치는 이혼한 홀어머니 아래서 외롭게 살던 소년. 어느날 그의 삶에 경찰 프랭크 매커티가 나타난다. 야구경기장에도, 놀이동산에도 함께 가주는 그가 어머니와 결혼하겠다고 하자 하노치는 환호한다. 그러나 아빠가 된 프랭크가 한 일은 규칙을 만들고, 따르도록 명령하는 일.
오랜 냉전이 이어진 뒤 하노치는 생각한다. “엄마와 사랑에 빠진 남자가 있다. 그는 결혼하는 댓가로 십대소년을 떠맡았다. 그가 한일은 뭐였나. 반발이 당연한데도 아이에게 온전한 가치를 가르치려 애쓴 거였다.”
하노치는 부모 몰래 양부의 성(姓)으로 성을 바꾼다. 아빠의 생일날. 선물상자에는 법원의 개명 허가서가 들어있었다. 눈물을 보이고 만 프랭크 형사에게 하노치 매커티가 ‘테이스트 베리’였던 것은 물론.
딴나라 얘기라고? 풍속 습관이 달라도 십대의 고민은 다 똑같다는 사실을 책장을 넘길때마다 확인하게 된다. 이혼한 부모 때문에 갖는 고민도, 엄마가 된 10대의 슬픔도, 점점 주변에서 흔히 듣는 얘기가 되어간다. 김진원 옮김. 8000원.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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