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라미드를 만든 건 맥주와 빵이다. 수천년전 고대 이집트인들에게 빵을 먹고 맥주를 마시는 것은 중요한 낙이었다. 빵을 먹고 힘을 내어 피라미드를 만들고, 일을 마친 인부들은 집에 돌아가 맥주를 즐겨 마셨다.’
이 책은 고대 이집트의 각종 기록과 고고학적 자료를 바탕으로 당시 이집트인들의 일상적인 음식문화를 복원하고 있다. 일본의 저명한 고고학자인 저자는 현재 와세다대 이집트조사실 책임자로, 30여년 넘게 이집트 고대 유적을 발굴해왔다. 그는 풍부한 경험 속에서 자연스럽게 투탕카멘은 무엇을 먹었을까 라는 의문을 품게됐다. 이 책은 바로 그 물음에 대한 답이다. 그동안 고고학 분야에서 소외됐던 음식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우선 눈길을 끈다. ‘음식 고고학’이라고 할까.
이집트인들의 주요 양식은 발효 빵이었다. 그러나 사람들만 빵을 먹은 것이 아니라 신도 빵을 먹었다. 즉 신에게 바치는 제물이었다. 제5왕조(기원전 2484∼1345년 무렵) 사프라왕이 신들에게 바친 음식목록. ‘네크베토 신에게는 매일 800개의 빵과 맥주를, 부토 신에게는 매일 4800개의 빵과 맥주를, 라 신에게는 매일 138개의 빵과 맥주를….’ 참 많이도 먹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당시엔 도난 방지를 위해 점토로 모조 빵을 만들기도 했다.
이집트인들은 또한 의료용 빵을 만들기도 했다. 나무향과 맥주를 섞은 빵은 진통제로, 시큼한 밀 빵은 대머리나 비듬 치료제로 사용했다고 하니 그 빵의 용도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맥주 역시 중요한 음식의 하나였다. 이집트 초기의 맥주는 지금처럼 정제된 것이 아니라 걸쭉한 액체여서 빨대로 마셨다고 한다. 맥주집도 많았고 특히 피라미드 공사 작업을 하는 인부들이 맥주를 즐겨 마셨다. ‘죽어서도 빵과 맥주를 먹고 싶다’는 유언도 심심찮게 발견된다.
이 책엔 이밖에도 이집트인들의 고기잡이, 야채와 과일, 각종 요리법 등에 관한 이야기도 들어 있다. 그동안 관심을 갖지 않았던 고대 이집트 음식문화. 그 감춰진 세계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그러나 음식과 당대 사회문화와의 연관성까지 치밀하게 추적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오근영 옮김. 254쪽, 8000원.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