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겸 문학평론가로 활동중인 남진우의 문학수첩 ‘올페는 죽을 때 나의 직업은 시라고 하였다’가 나왔다. 10여년 간 신문 잡지등에 발표한 시 소설 평론 등의 작품비평을 모았다.
짧게는 2페이지에 불과한, 크리티시즘과 저널리즘의 경계에 있는 평문들. 분량을 의식한 압축적인 글들이지만 그의 주장마저 미시적이거나 예각적(銳角的)인 부분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90년대 새롭게 대두한 ‘신서정’적 계열의 시에 대해 그는 어떻게 이야기하는가. ‘새로운 시문법을 제시하고자 하는 야심을 불태우기 보다는 기존 문법에의 적응 및 숙달에 더 민감한 경향’이 있다고 넌지시 던진 뒤, ‘개개 시편의 완성도는 높아진 편이지만, 다들 너무 안전한, 성공이 보장된 길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고 쿡 찌른다.
‘낙천적이라 할 만큼 세계와 쉽게 몸 섞는, 그래서 때로 예정된 화해의 공간으로 인도하고 마는’ 안이함을 지적하면서, ‘이제 신서정 또한 해체와 갱신의 역학에 몸을 맡길 시점’이라고 그는 못을 박는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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