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홍차'는 18세기 영국의 귀족부인들이 느지막히 일어나 브런치(아침 겸 점심)를 들고는 저녁식사까지 기다리기 무료해 오후 3∼4시에 홍차와 샌드위치로 요기하던 데서 유래됐다.
요즘 주부들은 학부모 모임이나 친목회에서도 번거롭게 음식점에 모여 식사하기 보다 점심과 저녁식사 사이에 한 가정을 찾아 간단히 차와 케익을 드는 것을 즐긴다. 동창회 모임을 갖더라도 아내가 부담스럽지 않게 밖에서 식사하고 집에서는 차만 대접하는 남편들도 많다.
요리연구가 전정원씨는 "젊은층을 중심으로 손님초대를 음식접대가 아니라 티파티로 대체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이에 따라 티파티에 필요한 케익과 과자만들기에 대한 관심이 높다"고 소개했다.
아예 주부들에게 티파티 메뉴와 테이블세팅을 가르치는 곳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집에서 티파티 테이블세팅을 가르치고 있는 김성동씨(45·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는 예전엔 수강생들이 한달에 한두팀에 불과했으나 최근 4, 5팀이 될 정도로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그는 "초대하는 측의 테이블세팅과 손님들의 매너는 자기를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인 만큼 신경을 쓰는 게 좋다"고 말했다.
테이블 코디네이터 조은정씨(식공간연구소)와 일본에서 활동중인 식공간연출가 김영애씨가 제안하는 티타임 테이블세팅법.
▽조씨의 '티파티' =티파티를 격식있게 하려면 찻잔과 잔받침, 티포트, 스트레이너(차찌꺼기 거르는 기구), 계량스푼, 모래시계, 워머(차를 데우는 기구)등이 필요. 특히 차잎은 물에서는 떫은 맛을 내므로 차를 따른뒤 차잎이 남아 있으면 티포트를 워머위에 올려 놓는다. 찻잔과 커피잔은 모양이 다르다. 찻잔은 공을 반으로 자른 모양. 커피잔은 원통을 길이로 자른 모양을 연상하면 된다. 커피잔이 찻잔보다 깊다. 차는 크림이나 우유, 설탕을 타서 먹기도 하지만 요즘엔 '블랙'으로도 많이 마신다.
홍차는 쿠키나 간단한 샌드위치와 어울린다. 굳이 홍차가 아니라도 우롱차나 커피로 티파티를 열 수 있다. 대신 우롱차는 한과나 떡과 함께 내놓고 커피는 쓴맛이 있으므로 달콤한 케익이나 패스츄리에 잘 어울린다.
▽김씨의 '봄날 오후' =홍차가 있는 뷔페. 유럽풍의 그릇과 분홍빛 테이블 크로스에 분홍빛 장미와 과일로 연출.
케익접시와 찻잔은 분홍빛 작은 장미무늬가 들어간 그릇을 사용. 금테두리가 된 크리스탈 물컵을 곁들인다. 3단 케익접시 위에 케익과 과자를 올리고 나이프와 스푼은 레이스가 달린 내프킨에 싸둔다. 메뉴로 다즐링 차와 우유, 레몬, 푸딩, 쉬폰케익, 마들렌느쿠키를 준비한다.
<김진경기자> kik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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