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역사학의 ‘아킬레스건’인 다양성과 현재성을 회복하는데 뜻을 같이하면서도 두 학자는 행보는 정반대다.
강 전교수가 새로운 역사학의 열매를 일반인과 나누는데 힘쓴다면, 조 전교수는 학자들과 함께 시대에 조응하는 한국역사학의 새 틀을 모색하는데 주력한다. 대중지와 학회지의 무게 중심 차이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기도 하다.
계간지 ‘내일을…’ 창간호는 ‘역사의 대중화와 다양성 회복’ ‘통일시대에 맞는 남북 화해의 역사관 지향’이란 지향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역점 기획인 ‘사실, 이렇게 본다’를 통해서는 통일신라론, 임진왜란, 동학농민전쟁 등 굵직한 사건에 대해 30∼40대 소장학자의 젊은 해석을 실은 것이 그렇다.
또 현실 발언적 성격을 갖는 ‘오늘에 살아 있는 역사’를 통해서는 신자유주의와 반쪽짜리 역사교육의 문제점을 짚으면서 분단극복의 문제를 환기시킨다.
강 전교수는 다른 역사지와의 차별성에 대해 “남북 대결에서 화해의 관점으로 우리 역사를 새롭게 해석하고 이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 최대한 쉬운 언어를 골랐다”고 말했다.
반년간지로 출발한 ‘한국사학사학보’는 상대적으로 전문적인 내용을 싣고 있다. 전통분야와 근현대 분야로 나눠 있던 사학계가 대화의 물꼬를 트고 ‘한국적’ 역사방법론을 찾아보자는 취지다. 용비어천가나 조선초기 실록편찬체재 같은 전통역사학의 범주에 대한 논문과 20세기 한국사학의 공과를 분석한 글이 함께 실린 것은 이 때문이다.
또 자신의 연구성과에 대한 노장학자의 육성 증언을 채록한 ‘나의 역사연구’란 고정코너를 마련, 노명식(서양사) 이기백(한국사) 김정학(고고학) 고병익(동양사) 등 다양한 분야의 원로들에게 지면을 할애한 점도 눈에 띈다.
조 전교수는 “근현대적 안목 없는 전통사학은 옛날 이야기에 불과하고, 전통시대에 대한 이해가 없는 근현대사학은 궤짝속의 물건처럼 탈역사적이다”고 학회지 발간 취지를 설명했다.
첫 시도인 만큼 ‘새시대 새사학’의 앞길에 어려움이 없지는 않다.
강 전교수는 아직 학문이 무르익지 않은 젊은 학자들이라 쉽게 글을 쓰는 것이 생각처럼 호락호락하지 않은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왕에 나온 사학사 연구를 비판적으로 재조명하는 조 전교수의 작업은 쟁쟁한 학자와 후학들의 눈총(?)을 생산적으로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그럼에도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노학자의 열정은 후학들로 하여금 미래의 혜안을 제시하는 역사학 본연의 임무에 대한 역이(逆耳)의 충언에 귀를 기울이도록 만든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