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40)이 93년에 냈던 연주 음반 ‘Shadow of the Moon(달의 그늘)’을 7년 만에 다시 냈다.
연주 음반이 오랜 공백 뒤에 ‘부활’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하나의 사건이다. 연주 음반의 시장이나 뮤지션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이다.
‘달의 그늘’은 김광민의 두 번째 연주음반. 김광민이 미국 버클리 음대 유학을 마칠 무렵 미국에서 제작해 국내에 발매했으나 음반사 부도로 단명했다.
2집이 다시 나오게 된 계기는 그의 첫 음반 ‘지구로부터의 편지’(90년)와 3집 음반 ‘보내지 못한 편지’(99년)가 연주 음반으로는 이례적으로 10만장씩 팔리면서 김광민 팬층이 두텁게 형성됐기 때문.
특히 마니아들 사이에는 ‘달의 그늘’ 구하기 바람이 일어났고, 그 중 빼어난 수록곡 ‘다시 만날 때까지’ 등을 담은 ‘가짜 테이프’가 나돌기도 했다.
2집의 특징은 곱고 단아한 피아노 선율과 사색적인 분위기. 피아노 솔로곡 ‘순결’은 매우 감성적이어서 뭉클함을 주며, ‘달그림자’ 등은 뉴에이지 풍의 명상음악가 조지 윈스턴을 떠올리게 한다. ‘순결’은 93년 당시의 2집에서는 미국 뉴잉글랜드 콘서버토리의 변화경 교수가 연주했으나, 이번에는 김광민이 직접 피아노를 쳤다. 피아노 솔로 연주와 함께 밴드 편성의 곡도 많이 실려 1집이나 3집과는 다른 분위기다.
국내 연주 음악계는 김광민 2집의 ‘부활’을 신선한 자극으로 여기는 분위기. MBC ‘수요예술무대’를 8년째 진행하고 있는 김광민은 “연주 음반 시장이 커지고 있으나, 연주자의 양성이나 방송계와 팬들의 홀대 등 해결되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