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바다에 빠져서 헤엄을 치다 못해 아예 영어 공부 할 필요 없다는 책까지 나온 요즘, 또 다른 스타일의 영어 참고서들이 속속 나와 젊은층들을 유혹하고 있다.
‘진짜 실용영어를 배운다’는 취지하에 미국 뒷골목에서나 쓰일 법한 슬랭(속어)들은 물론 남녀간의 사랑이나 성적인 묘사를 노골적으로 다룬 회화용 참고서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지난해 출판돼 올 4월 11판을 찍는 등 교보문고 영어회화서적 부문에서 14주 연속 베스트셀러로 올랐던 ‘미국 20대가 가장 즐겨쓰는 영어회화 박스’(넥스트사)가 이 분야의 선두주자격.
“Your kisses are like wine(너의 키스는 정말 감미로와)”정도는 양반. “I would like to hold your melons in my hand(너의 젖가슴을 만지고 싶어)”나 “Did you choke the chicken last night(너 어젯밤 자위했니)?”같은 개방적인 미국 대학생들이 즐겨쓰는 용어들이 적나라하게 적혀 있다.
올 봄 출간된 ‘문화를 알면 영어가 쉽다’(열린책들사)에는 한 술 더떠 “You got any Jane(너 마리화나 있니)?”처럼 마약복용을 둘러싼 회화문까지 실려 있다. Bush(수풀) Oyster(굴) Shell(조개)를 포함해 여성성기를 나타내는 비속어로만 무려 33가지 표현에 대한 설명이 담겼고 “The pop singers was surrounded by star fuckers(망할 것들이 그 가수 주위를 둘러싸고 있다)”를 위시해 Fuck(제기랄)같은 욕에 관한 설명만도 10여 페이지를 할애했다.
이 밖에 ‘슬랭귀지’‘슬랭도 영어다’(이상 월드컴사)도 비슷한 내용으로 판매를 늘리고 있으며 내용과는 별도로 ‘키스방식으로 통하는 미니스커트 영어’(리더스사)처럼 제목에서 야한 이미지를 드러내는 책들도 상당수다.
이같은 ‘선정적인 영어회화책’들은 기존 “How are you?”“Fine. thank you”식의 구태 혹은 단편적 상황묘사에서 진일보한 참신한 컨텐츠를 다뤘다는 평을 듣기도 하지만 단지 ‘영어’라는 목적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대학생 김현욱군(24·연세대 사학3)은 “어차피 미국 문화를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소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 미국인들도 굳이 내놓고 말하기를 꺼리는 성에 관한 표현들을 꼭 집어넣어야 하는지 의문스럽다”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 20대가…’의 저자 백선엽씨(31)는 “실질적인 회화실력 향상이 우선이다. 그들의 정서는 도외시한채 어떻게 진짜 영어를 구사한다고 할 수 있겠는가”하고 반문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