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사람]김갑동교수/'태조 왕건'평전 출판

  • 입력 2000년 4월 28일 19시 34분


역사학자가 고려 태조 왕건의 평전을 냈다. 왕건에 관한 소설은 있었지만 전문가가 쓴 평전은 처음이다.

‘태조 왕건’(일빛)을 낸 김갑동 대전대교수(43). ‘나말여초’(신라말 고려초)가 전공이니 왕건을 논할 수 있는 적임자인 셈이다.

왕건에 대한 김교수의 평가.

“때를 기다릴 줄 아는, 인내심 강한 사람. 포용력 있는 사람. 왕건은 그런 사람입니다.”

좀더 구체적으로는 겸손함과 예의 바름, 용기와 포용력, 깊고 멀리 볼 줄 아는 혜안과 인내심, 정확한 인사 원칙, 사람을 알아볼 줄 아는 능력, 신상 필벌, 원대한 포부, 옛 고구려의 영역까지 수복하려는 진취적 정신 등은 좋은 귀감이라고 한다. 그러나 훈요 10조에 특정 지역민을 차별하라는 조항을 남긴 것은 커다란 실책이라고 지적한다.

새 밀레니엄의 벽두, 왜 왕건일까.

“왕건은 우리 시대에 대단히 의미심장한 인물입니다. 분열된 민족을 통합해 진정한 통일을 이뤘다는 점, 그리고 10세기말 11세기초 왕건의 시대 역시 지금처럼 밀레니엄 전환기였다는 점. 왕건을 보면 역사가 보입니다. 물론 객관적으로 봐야죠. ”

왕건을 바라보는 김교수의 시각은 객관적이다. 삼국사기 고려사 등 역사적 사료에 바탕하고 있다. 그는 “때론 약간의 추측도 하고, 때론 설화적 사료도 함께 다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합리적인 기준을 두고 다룬 것이지 없던 사실을 만들거나 가공의 인물을 설정하지는 않았다”고 강조한다.

지금 TV 드라마 ‘태조 왕건’의 인기가 한창인데, 혹?

김교수는 “그저 우연일 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전공이 ‘나말여초’이다보니 왕건은 늘 그의 주된 관심사였다. 1990년 고려대에서 ‘나말여초의 사회변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고 나서 자료를 수집해 2년전 본격적으로 집필을 시작했다. 10년 넘게 왕건과 함께 살아온 셈이다.

김교수가 비교하는 왕건 궁예 견훤.

“궁예는 너무 급하고 저돌적이죠. 왕건은 자기 표현을 잘 안하고 점진적입니다. 그러나 언제나 주도 면밀하죠. 견훤은 군인다운 기상은 있지만 너무 무력에 의존한 감이 있습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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