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렌스 레시그(Lawrence Lessig)가 쓴 ‘코드’는 대중의 베스트셀러는 아니다. 하지만 하버드, MIT 등 주요 대학 서점에서는 인기도서다.
디지털시대에 대한 본격적 해부로서 전체적 시각과 구체적 사례를 동시에 제공하면서도 명쾌한 진단을 내리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지은이 레시그는 현재 하버드대 법대 교수로서 공룡 빌 게이츠의 마이크로소프트(MS)를 반독점법으로 규제한 법정에서 참고인으로 활약한 것 때문에 일약 유명인사가 됐다.
인터넷은 통제 불가능한 가상공간인가? 일반적으로 인터넷은 무제한의 자유를 보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구 도처의 모니터 앞에서 수많은 방탕아들과 10대가 익명성을 즐기고 있다. 그들이 못 볼 것은 없고 못 할 말도 없어 보인다. 많은 부모들과 입법자들과 행정가들은 인터넷을 통제 불능의 괴물처럼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인터넷은 규제되어야 하고 머지않아 규제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인터넷 키드들이 들으면 오싹할 얘기다.
저자는 말한다. 내버려두면 인터넷은 완벽한 통제수단이 될 것이다.
누구에 의해? 정부? 아니다, 프로그래머들에 의해서다. 저자는 경고한다. 머지않아 우리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모조리 추적당할 것이다. 지금도 인터넷상의 상거래나 E메일이 얼마나 체크되고 있는지 사용자들은 알 수가 없다. 의사표현의 자유? 대화방은 일반적으로 열명이나 스무명 이상 들어가지 못하도록 프로그램되어 있다. 거기다 누구의 말이 믿을 만한지 알 도리가 없다. 이것을 의사표현의 자유 혹은 완전한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저자는 인터넷 사용자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부당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와 프로그래머들에게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 자신이 마이크로소프트를 공격한 것이 그 예가 될 것이다.
‘코드’는 ‘법’과 ‘프로그램’이라는 두가지 뜻으로 사용된다. 제1장 제목 ‘코드는 법이다’라는 말은, 법이 행동을 통제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컴퓨터 프로그램이 사용자를 통제하는 법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코드’는 코드일 뿐, 무슨 대단한 본질 같은 건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떠한 삶을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데서 코드는 선택되고 사용될 뿐이라는 것. ‘인터넷에 겁먹지 말라’. 이것이 이 책의 핵심 전언이다.
인터넷사회에 대해 전체적 시야를 제공하는 책이므로 각 분야의 계획 입안자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구체적 사례들로 가득 차 있고 재기 넘치는 문체가 SF를 방불케 해 일반인들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이영준 <하버드대 동아시아학과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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