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그림책 만들어주는 엄마' 홍인순씨

  • 입력 2000년 4월 28일 20시 04분


유아나 어린이용 책이 봇물을 이루지만 ‘그림책 만들어주는 엄마’도 늘고 있다.

초등학교 2학년 금강이와 4살짜리 해인이를 둔 서울 성산동 홍인순 주부. “무엇보다 획일적인 출판사책에 비해서 우리 아이들의 기호나 관심사에 맞춰서 만들어 줄 수 있는 점이 가장 좋아요. 한마디로 ‘맞춤형’ 그림책인 셈이죠.”

예를들면 아이들이 좋아하는 노래를 적고 그림을 그리도록 하거나, 좋아하는 공룡 사진을 오려 붙이고 이야기를 지어 넣는 식이다.

특별한 실력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고 했다. “신문에 끼어서 오는 백화점 전단지를 모았다가 상품 사진을 오려 붙이면 사물 그림책이 만들어지죠. 지우개에 나비 모양을 파고 스탬프로 찍으면 숫자 공부용으로 쓸 수 있구요.”

서툴러 보이지만 아이와 함께 책을 만드는 과정은 그 자체로 훌륭한 교육이 된다는 설명. 무엇보다도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림책’에는 매끈한 출판사책에는 없는 ‘사랑’이 담겨 있다. 잘만 쓰면 아이들이 나쁜 태도를 바로잡는데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지난해 오빠가 동생을 자꾸 괴롭혔을 때였어요. 둘이 함께 노는 사진을 붙혀서 ‘금강이가 해인이를 돌보며 부르는 노래’라는 책을 만들어줬어요. 이 책을 갖게된 뒤로는 금강이가 앞장서서 동생을 돌봐주기 시작하더라구요.”

홍씨는 서점에 나가보면 우리 그림책의 질이 낮은 것을 체감한다고 했다. “좋은 그림책인 것 같아 집어보면 열에 아홉은 외국 것이에요. 그림은 예쁘지만 배경이나 사물이 낯설어서 아이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 것 같아요. 또 ‘감성 발달용’이니 ‘창의력 증진’이니 하는 학습용 그림책은 아이들이 금세 싫증을 내요.”

특히 홍씨는 놀이용 그림책이 적은 것을 아쉬워했다. 그래서 금강이네집 7번째 그림책은 노래책으로 정했다고 했다. 아이들이 냄비를 뒤집어쓰고 군악대 흉내를 내는 사진에다 전래동요 가사를 어울려 실을 생각이다.

한편 어린이도서연구회는 홍씨와 같은 엄마들이 만든 수제품 동화책을 한데 모아 전시회를 갖는다. 30일부터 5월2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경동교회내 여해문화공간(02-2277-0161).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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