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누가 월드컵을 훔쳤나’

  • 입력 2000년 5월 2일 13시 51분


▼‘누가 월드컵을 훔쳤나?’데이비드 옐롭 지음/이창식 옮김/창조집단 시빌구 펴냄/408쪽 9500원▼

“FIFA는 지구촌 5분의 1이 넘는 신도가 열광적으로 따르는 종교의 지배자다. 월드컵 경기는 세계 인구의 6배가 넘는, 연인원 400억 인구를 TV앞에 붙잡아 놓았다”

이런 일을 가능케 한 인물이 주앙 아벨란제(83). 그는 1974년 FIFA회장에 당선, 1998년 물러날 때까지 24년동안 FIFA를 상업적이며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거대한 권력으로 만든 장본인.

세계적으로 이름난 사건취재 작가인 데이비드 옐롭은 FIFA와 관련한 수많은 권력자와 위험인물들을 만나, 그들이 영원히 숨기고 싶어한 사실을 낱낱이 파헤쳐 냈다.

작가는 아벨란제와 이틀간 단독인터뷰를 통해 그의 과거행적과 축구관등을 거론했다. 이와 함께 그의 후계자 제프 블래터(現 FIFA회장)를 포함해 FIFA 회장선거에서 패한 요한슨, 전설적인 축구영웅 펠레, 마라도나, 호나우두등 축구계 인물들과 만나, 그들의 ‘입’을 통해 세계 축구계의 어두운 부분을 심층적으로 파헤치며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즉 ‘복마전’속에서 정직한 스포츠맨십을 지키고 축구를 진정으로 아끼는 축구인들의 모습을 기대하며 스포츠에서의 페어플레이정신이 무엇인지 다시 깨닫게 한다.

또한 월드컵의 역사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감동적인 드라마를 써 재미를 더해준다. 살아있는 '월드컵 신화' 펠레가 폭력과 속임수로 얼룩진 FIFA에 등을 돌린 이유에서부터 월드컵을 빛낸 영웅들의 숨겨진 가슴아픈 얘기를 그려내고 있다.

한편 아벨란제는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는 한국에서 월드컵을 개최할 수 없다”고 극언했었다. 그러나 정몽준회장은 일본 개최가 거의 확실시되던 2002월드컵을 한일공동개최로 이끌어내며 FIFA의 전횡에 정당한 시정을 촉구했다.

이제 2002년 월드컵 지역예선이 막이 올랐다. 이 축구 전쟁에서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영웅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월드컵 창시자 줄리메는 “축구야말로 계급이나 인종의 구분 없이 모두를 하나로 만들어 세계를 행복한 한 가족처럼 단합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아벨란제 재임 24년동안 과도한 상업주의가 축구계를 삼켜 버렸다. 하지만 축구는 사람들에게 꿈을 주며 세계 구석구석에서 번창해 나갈 것이다.

김진호<동아닷컴 기자> jin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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