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묘례악 도쿄공연을 보고]문화상품 해외진출 성공예감

  • 입력 2000년 5월 3일 19시 55분


세계 각국은 자국의 고유문화를 다른 나라에 알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문화 그 자체가 훌륭한 상품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명한 문화인류학자인 기 소르망(Guy Sorman)도 지적하였듯이 현대인들은 상품을 기능 때문만이 아니라 그에 부착된 문화적 상징이나 이미지 때문에 소비하는 성향이 강하므로 문화의 소개는 곧 상품의 수출과도 직결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국악원이 4월 25일 일본 도쿄 아사히홀에서 종묘제례악 공연을 가졌다.

국립국악원은 60년대에 해외공연을 시작했다. 세월의 더께와 더불어 공연횟수도 늘어나 최근에는 기획공연과 지원공연을 합쳐 연 10여 회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그러나 최근까지 이루어진 해외공연의 구성을 보면 사물놀이 등 민속음악과 무용을 중심으로 하면서 정적인 정악과 궁중무용 등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 전달, 국악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는 있었으나 그 심오한 예술적 경지를 제대로 알리는 데에는 한계가 많았다는 아쉬움이 늘 남았다.

이는 국악이 어렵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일반인의 정서가 반영되었을 뿐 아니라 단일 작품으로 무대에 올릴만한 대형종목을 개발하지 못했던 현실적 제약 때문이었다.

국립국악원은 2년 전부터 종묘제례악을 음악과 노래와 춤 그리고 제례의식까지 포함된 전략 문화상품으로 개발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지난 일본 공연은 그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해외에서의 첫 시도였다. 걱정과 기대가 엇갈리는 가운데 공연을 준비했다. 공연 한참 전에 입장권이 동이 났고, 관객도 시종 진지한 자세로 감상하고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었다.

우리가 세계시장에 전략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음악공연 상품에 사물놀이와 함께 종묘제례악이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가 민속뿐만 아니라 고급 예술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받은 순간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해외공연을 통해 종합적인 국악 프로그램을 선보일 기회가 더 많겠지만 아울러 보다 고급의 우리 문화를 소개하고 상품화하는 데도 노력해야 한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는 “한국이 세계에 수출할 것이 딱 두 가지인데, 하나는 소리, 또 하나는 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명제는 21세기 문화전쟁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윤미용<국립국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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