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이 4월 25일 일본 도쿄 아사히홀에서 종묘제례악 공연을 가졌다.
국립국악원은 60년대에 해외공연을 시작했다. 세월의 더께와 더불어 공연횟수도 늘어나 최근에는 기획공연과 지원공연을 합쳐 연 10여 회에 이를 정도로 비중이 커졌다. 그러나 최근까지 이루어진 해외공연의 구성을 보면 사물놀이 등 민속음악과 무용을 중심으로 하면서 정적인 정악과 궁중무용 등을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어 전달, 국악의 다양성을 보여줄 수는 있었으나 그 심오한 예술적 경지를 제대로 알리는 데에는 한계가 많았다는 아쉬움이 늘 남았다.
이는 국악이 어렵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일반인의 정서가 반영되었을 뿐 아니라 단일 작품으로 무대에 올릴만한 대형종목을 개발하지 못했던 현실적 제약 때문이었다.
국립국악원은 2년 전부터 종묘제례악을 음악과 노래와 춤 그리고 제례의식까지 포함된 전략 문화상품으로 개발하는 작업을 추진해 왔다. 지난 일본 공연은 그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해외에서의 첫 시도였다. 걱정과 기대가 엇갈리는 가운데 공연을 준비했다. 공연 한참 전에 입장권이 동이 났고, 관객도 시종 진지한 자세로 감상하고는 공연이 끝난 뒤에도 뜨거운 박수를 보내주었다.
우리가 세계시장에 전략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음악공연 상품에 사물놀이와 함께 종묘제례악이 추가되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가 민속뿐만 아니라 고급 예술로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문화전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받은 순간이기도 했다.
앞으로도 해외공연을 통해 종합적인 국악 프로그램을 선보일 기회가 더 많겠지만 아울러 보다 고급의 우리 문화를 소개하고 상품화하는 데도 노력해야 한다.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씨는 “한국이 세계에 수출할 것이 딱 두 가지인데, 하나는 소리, 또 하나는 춤”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명제는 21세기 문화전쟁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윤미용<국립국악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