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이후 며칠 동안 인터넷의 클래식 뉴스 사이트는 두 사람의 테너에 관한 기사로 장식됐다.
루치아노 파바로티. 이탈리아인. 64세. 지난달 고향의 모데나법원으로부터 탈세 혐의로 490만 달러(약 50억원)를 추징당한 데 이어 볼로냐 법원에서도 500만달러 탈세혐의로 기소당했다. 96년 조강지처와 이혼한 뒤 개인적인 면에서는 팬들의 사랑을 받을 일을 전혀 하지 못했다.
▼파바로티 카레라스 부진▼
플라시도 도밍고. 스페인인. 59세. 파바로티와 달리 바쁜 음악활동으로 조명을 받았다. '낮에는 케네디센터에서 베르디 오페라 '오텔로'를 지휘한다. 같은 날 저녁에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레하르의 '유쾌한 과부'에 출연해 노래를 부른다….' 신문과 인터넷 뉴스들은 그칠 줄 모르는 그의 성취욕을 이구동성으로 칭찬했다.
도밍고와 파바로티의 대조적인 뉴스는 최근 들어 분명해진 '빅 3 테너' 체제 붕괴의 동영상 속에서 스냅숏으로 찍힌 장면에 불과할지 모른다. 파바로티는 91, 92년 베르디 '오텔로', 레온카발로 '팔리아치'등 무거운 목소리를 요구하는 오페라 전곡음반을 냈다가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은 뒤 새 레퍼토리 도전을 중단했다.
그 뒤 그는 컨디션에 구애받지 않는 크로스오버 공연에 대부분의 작업을 할애했다. 80년대 백혈병으로 활동을 중단했다 재개한 스페인의 호세 카레라스 (54) 역시 주목할만한 활동을 펼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도밍고는 레퍼토리를 계속 확대해 93종이나 되는 오페라 전곡음반을 완성했다. 라틴계 테너들에게 금단의 영역으로 여겨져온 바그너 오페라에서도 그는 칭찬을 들었다. 지휘자 겸 음악행정가 (워싱턴 내셔널 오페라 예술감독)으로서도 역량을 인정받는다.
'포스트 빅 3'시대는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도밍고라는 큰별이 당분간 건재한 가운데 작은 별들의 빛도 밝아질 것이다. 테너라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가 단 한사람만 존재하는 현상을 음반계가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작전세력도 떴다. 클래식 아티스트의 이미지 메이킹에 능하기로 소문난 영국 '클래식 CD'지는 최근 '새 빅3 테너'라는 특집기사를 싣고 로베르토 알라냐, 안드레아 보첼리 (이상 이탈리아) 호세 쿠라 (아르헨티나)의 새 삼두체제를 띄웠다.
왜 유독 테너에 열광하는가. 16세기말 오페라의 탄생 이후 남성의 높은 목소리는 '젊음, 정열, 영웅' 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음악심리학자들은 '높은'소리와 물리적 높음의 공통점을 찾다 녹초가 되기도 했지만, 테너가 힘껏 질러대는 높은 소리는 황홀, 절정, 초월의 심리적 아이콘이 된다.
▼테너가 사랑받는 이유▼
오페라의 남주인공을 테너가 독식해온 것도 당연한 일. 19세기 중반, 베르디는 오페라 '리골레토'에서 바리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그는 로맨스의 주인공이 아니었다. 팬들이 가장 사랑한 노래도 테너인 만토바 공작이 부르는 '여자의 마음' 이었다.
시간이 흘러 노년에 이른 베르디가 '오텔로'를 작곡하면서 테너에게 주인공을 맡길 것을 고려하자 일부 관계자들은 만류하기도 했다.
'살인을 저지르는 흑인에게 어떻게 테너를 줄 수 있느냐'는 것. 그러나 주인공이고 전쟁영웅인 오텔로역은 결국 테너에게 돌아갔다.
베르디 이후 가장 유명한 오페라 작곡가 푸치니의 경우 옴니버스 오페라 '트리티코'(3부작)을 제외한 모든 오페라에 테너 주인공을 사용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