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랫배가 무엇 때문에 아픈 걸까?’
아랫배 통증과 관련된 질병
자가 진단 요령 & 치료법
작은 통증에도 신경이 곤두서는 신체 부위가 아랫배.
자궁, 난소, 질 등의 생식기관과 배설기관이 위치한 부위로 여성 자신의 건강뿐 아니라 출산과 직결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잡한만큼탈도 많은 게 아랫배. 아랫배 통증과 관련된 질병과 그 치료법을 알아본다.
●글·이영진<자유기고가>●도움말·박문일(한양대 산부인과 전문의 02-2290-8114) 김세철(중앙대 용산병원 비뇨기과 전문의 02-748-9900) 김규필(강남부부한의원 원장 02-569-1179)
혹자는 여성의 몸매 중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아랫배의 곡선이라 했다. 하나의 생명을 잉태해 탄생시키는 여성의 상징인 자궁이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여성의 아랫배에는 난소, 자궁, 질 등의 생식기관과 우리 몸의 불필요한 찌꺼기를 밖으로 배출해내는 배설기관이 자리잡고있다. 그만큼 여성의 신체 중 예민하고 복잡하면서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는 부분이 바로 아랫배다. 따라서 아랫배에서 통증이 느껴질때는좀더 주의를 기울여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랫배통증은 천천히 진행되는 만성 통증과 갑작스럽게 심한 통증을느끼는 급성 통증으로 나뉜다. 만성 통증은 보통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말하는데,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방광염, 요관결석, 유착, 골반혈관울혈증 등의 질병에서 나타난다. 칼로 찌르듯 갑자기 심한통증을 일으키는 급성통증은 자궁외임신이나 급성 골반염, 난소 종양으로 인한 꼬임, 파열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자궁내막증
평상시 아랫배 통증이 느껴지고, 생리시에만성 통증는 진통제를 복용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지며, 성관계시에도 심한 통증이 생기는 자궁내막증은 자궁내막의 이상증식 때문에 발생한다.
자궁내막은자궁 안쪽을 싸고 있는 막. 이 자궁내막이 배란 직전부터증식해 배란 후 임신이 되지 않으면 저절로 떨어져 나가 혈액으로배출되는 게 월경이다. 임신이 될 경우엔 태반이 자리잡는 터이기도 하다. 이런 자궁내막이 난소, 자궁인대, 직장, 나팔관 등의 자궁 안이 아닌 다른 곳에 증식하면서 염증이나 유착을 일으키는 질병이자궁내막증이다. 30세 전후의 젊은 여성들에게 많이 나타나는데 아직까지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대개 생리혈이 골반 내로 거꾸로 흘러들어가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내막증은골반 내 유착을 일으켜 만성 골반통이나 불임을 불러올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 불임환자의 30∼40%가 자궁내막증을앓고 있고 자궁내막증 환자의 40%가 불임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임신이 된 경우 자연유산율 또한 높다.
치료법으로는자궁내막을 위축시키는 약물치료와 자궁내막 중 불필요한 부분을 도려내는 수술이 있다. 하지만 심하면 자궁이나 난소를 절제해야 한다.
◇자궁근종
하복부에혹이 만져진다거나 월경량이 많아지며 월경기간이 길어지면자궁근종을의심해봐야 한다. 하혈, 빈혈, 월경통, 잦은 소변, 변비 등도 자궁근종의 증상이다.
자궁근종은흔히 물혹이라 불리는데 자궁의 근육에 생기는 양성 종양이다.자궁내 생기는 종양이라는 이유로 자궁암과 연관짓게 되는데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않으며 악성으로 변하는 경우는 극히드물다. 종양에는 악성 종양과 양성종양이 있는데, 악성 종양은 암으로다른 부위로 옮겨가는 것이 특징이다. 양성 종양은 다른 부위로 옮겨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만 자라며 악성 종양으로 변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자궁근종은 자궁암과는 전혀 다른 질병이다.
자궁근종은기혼여성뿐 아니라 미혼여성에게도 흔히 발생하는 산부인과 질환이다. 특히 35세 이상의 여성 4명 중 1명꼴로 경험했을 정도로발생률이 높다. 자궁근종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발병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자궁근종은 대개 스스로 없어지거나 약물치료가 가능하다. 자궁근종을다 잘라낼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자궁근종의 크기가 크거나하혈이 심할 때는 수술로 자궁근종을 제거해야 된다. 간혹 자궁근종이나팔관을 막아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자궁내막에 생길경우에는 수정란의 착상을 방해하기도 한다. 아이를 더 낳을 필요가 없는 경우라면 자궁을 들어내기도 한다.
◇방광염
평상시 아랫배 통증을 느끼고 소변을 볼 때 따끔거리거나 소변을 보고 난 후 잔뇨감을 느낀다면 방광염일 가능성이 높다. 소변 보는 횟수가갑자기증가하는 것도 방광염의 증상이다. 소변 횟수는 보통 깨어있는 동안 4∼6회, 자는 동안 0∼1회다.
방광염은 주로 여성에게 발생하는데 이는 성생활과 관계가 깊다. 여성의경우요도가 짧고 굵으며 질과 가까워 요도 주변을 자극하면 질과항문 주변의 세균이 요도를 통해 방광으로 옮아가기 쉽다. 여성들에게 흔한 경우는 세균성 방광염으로 흔히 오줌소태라고 부르는 경우다.이는 주로 불결한 성행위로 인해 발생하며 임신이나 월경, 피임기구 같은 이물질 삽입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방광염은 약물치료로 쉽게 치료가능하다. 하지만 자가진단은 금물이다. 방광염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결핵성 방광염이나 악성 종양과 같은 전혀 다른 질병일 수도 있기 때문.
무엇보다방광염은청결한 생활습관으로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변을보고 난 후에는 앞에서 뒤로 닦아내며 성관계를 갖기 전 깨끗이 씻고 관계를 갖고 난 후에는 소변을 보도록 한다.
◇요관결석
결석은 생리적 분비물이나 배설물이 모여 만들어진 딱딱한 물질. 결석은요관결석, 신장결석, 방광결석으로 나눠지는데 아랫배에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는 요관결석일 때다. 일차적으로 모든 결석이 만들어지는 곳은 신장이지만 신장결석일 경우 특별한 증상이 없다.
신장과방광을 연결하는 요관은 길이가 25~30cm 정도인데, 상부 요관과하부 요관으로 나눌 수 있다. 아랫배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는 신장에서만들어진 결석이 요관을 타고 내려오다 하부 요관에 자리를잡았을 때다. 결석이 방광 가까이에 있으면서 자극해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소변시 요도가 아프다. 한편, 상부 요관에 결석이 있으면 오줌이 막히고, 오줌을 밖으로 내보내려는 보다 강력한 연동운동이일어나면서구토와 옆구리 통증, 성기 주위의 통증이 발생한다.
치료는 결석의 크기에 따라 달라진다.
◇급성 통증
6mm이하의 작은 결석일 경우에는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배석 촉진제나진통제를 먹으면 저절로 치료가 된다. 하지만 결석이 클 경우체외충격파쇄석기를 이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체외충격파쇄석기를 이용하면 피부 절개나 마취없이 결석을 1mm이하로 분쇄해 소변을통해 자연 배출 가능하다. 또, 체외충격파쇄석기로 부서지지 않을경우에는 요관경을 통해 초음파나 레이저로 결석을 부숴 제거한다.
◇유착
아랫배에 묵직한 통증이 느껴지고 심한 월경통, 성교통 등 자궁내막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면 생식기계의 유착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유착은 질병의 이름은 아니지만 자궁내막증이나 골반염을 앓았던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유착은 난소와 자궁, 난소와 난관, 난관과 자궁과 같이 조직이 붙은 경우를말한다. 유착이 일어나면 약간만 무리하게 움직여도 아랫배와 허리가 아프다. 유착이 일어난 부위는 움직임이 자유스럽지 못하고묵직한 느낌을 준다. 수술을 통해 유착된 조직을 분리해주는 게 유일한 치료법이다.
◇생리통
질병은아니지만생리기간 동안 여성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생리통은생리 직전부터 시작해 생리가 끝난 후까지 나타나는데,생리전의경우 생리전통, 생리와 함께 나타나는 것을 생리통, 생리가끝난 경우를 생리후통이라 한다. 생리전통의 증상은 아랫배와허리가 아프고 두통, 메스꺼움, 짜증, 어지러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가슴이 부풀고 유방이 아프기도 하다. 생리통일 경우엔 아랫배, 허리, 머리를 비롯해 무릎 등에도 통증이 느껴진다.
생리통 예방에는 아랫배를 따뜻하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 가벼운 운동으로혈액순환이 잘 되도록 하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유지하는 것도 좋다.
◇자궁외임신
임신중 아랫배가 아프고 피가 불규칙하게 나오면 자궁외임신일 가능성이 높다. 시일이 지나면서 아랫배 통증이 심해지고 골반이 밑으로 빠지는 느낌이 든다. 심한 경우 쇼크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자궁외임신이란수정란이 정상적으로 자궁내막에 착상하지 않고 다른부위에 착상한 경우를 말한다. 수정란의 착상 부위에 따라 자궁경관임신,난관임신, 난소임신 등으로 나뉘는데, 자궁외임신의 95%는난관임신인만큼 흔히 자궁외임신 하면 난관임신이라고 생각하면 된다.수정란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거나 수정란이 난관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난관에서의 수정란 착상 이상 등이 원인이다. 흔히 난관이 기형이거나골반염을 경험한 여성에게 발생빈도가 높다. 자궁내 장치나먹는 피임약(경구피임제)이 원인이 되어 자궁외임신이 되기도 한다.대개임신 6~8주에 나타나는만큼 성관계 후 한달 정도 지나 아랫배통증과 함께 정상적인 생리 없이 출혈이 있다면 자궁외임신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자궁외임신의치료법은 수술치료. 문제가 발생한 난관을 완전히 잘라내는 난관절제술과 수정란이 있는 부위만 절개해 수정란만 제거하는 난관보존술이 있다.
◇난소 종양으로 인한 장기의 꼬임
난소종양으로 인한 난관이나 나팔관의 꼬임, 파열이 있을 때도 아랫배에심한 통증이 온다. 난소에 생긴 종양의 무게를 난관이나 나팔관이이기지못하면 꼬임이 발생한다. 이는 꼬임이 있는 부분의 혈관까지 뒤틀리게 되어 혈액순환 장애와 함께 통증이 생기게 된다. 난관이심하게 꼬일 때는 파열이 일어나기도 한다. 특히 오른쪽 난소에 꼬임이 발생할 때는 급성 충수염과 증상이 비슷해 혼란을 가져오기도 한다.
난소암은 조기 진단이 어렵고 암이 상당히 진행된 다음에 증상이 나타난다.난소암의 초기증세는 위장장애, 식욕감퇴, 복부 팽만감 등이다.
◇급성 골반염
급성충수염(맹장염), 자궁외임신과 혼동되기 쉬운 질병이 급성 골반염. 처음엔 골반과 하복부에 심한 통증과 근육이 경직되는 느낌이 온다. 심해지면 하복부 전체에 통증이 오고 손발이 뜨거워지며 복부팽창감,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때 체온이 올라가는 발열증상은자궁외임신과, 오른쪽 하복부에서 시작해 하복부 전체로 통증이몰리는증상은 급성 충수염과 구별된다. 급성 충수염은 하복부 전체가 아프다 점차 오른쪽 하복부로 통증이 집중된다.
골반염이란 여성의골반 내에 있는 자궁, 난소, 난관 등에 염증이 생기는질환. 원인균은 임질균과 클라미디아라는 성병균이다. 드물지만 인플루엔자균이나 구균류, 대장균, 연쇄상구균, 결핵균도 골반염을 유발한다.
골반염은 항생제를 복용하면 쉽게 치료 가능하므로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중요하다. 특히 10대 후반에서 30대에 이르는 가임여성이라면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골반염이 난소 종양으로 발전하거나 만성골반염으로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성 골반염은 골반유착 등의질병을불러올 수 있다. 또, 골반염이 난관 주위에 발생하면 나팔관이좁아져자궁외임신의 가능성이 높아지고, 증상이 심하면 불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