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맑게 울려오는 '우리 곁의 佛心'

  • 입력 2000년 5월 5일 20시 03분


▼'암자가 들려준 이야기' 정찬주 글, 김복태 그림/열림원 펴냄▼

▼'청안청락하십니까?' 도법스님 지음/동아일보사 펴냄▼

11일은 부처님께서 오신 날이다. 마음을 비우고 불성(佛性)을 배울 수 있는 책은 없을까. 꼭 어려운 불경이나 심오한 불교철학서가 아니어도 좋다. 가벼운 이야기에서도 삶의 진한 여운을 느낄 수 있고, 한 스님의 청결한 삶을 엿보기만 해도 불성을 느낄 수 있기에.

때맞춰 편안한 마음으로 불성을 깨우칠 수 있게 해주는 두 권의 책이 나왔다. ‘암자가 들려준 이야기’와 ‘청안청락(淸安淸樂)하십니까?’.

‘암자가 들려준 이야기’는 산중 암자에서 전해오는 때묻지 않은 이야기들이다. 이 책에 나오는 ‘어미 억새가 새끼 억새에게’의 한 부분.

“스님, 저 억새들은 누렇게 말라 죽어 있군요.”

나그네가 묻자 스님은 이렇게 답했다.

“작년에 자라난 어미 억새지요. 그런데 죽은 게 아니랍니다.”

“죽지 않았다니요?”

“아직 제 할 일이 남아 저렇게 서 있는 것이지요.”

“할 일이 있다니요?”

“어린 새끼 억새들이 다 자랄 때까지 버팀대가 되어주고 있는 겁니다.”

무심히 지나쳐왔던 억새 하나. 거기에도 이렇게 가슴 찡한 의미가 숨겨져 있으니, 우리에 속인들은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는 이처럼 해맑다. 산중 암자에 전해져오는 진리나 지혜, 마음의 티끌을 쓸어주는 암자의 솔바람까지 느낄 수 있다. 그것도 편안하게. 속기(俗氣)를 풍기지 않는 천진난만한 그림도 또 하나의 ‘깨침’이다.

‘청안청락하십니까?’는 지리산 실상사 주지인 도법스님이 전해주는 생명 이야기다. 98년 실상사 소유의 땅 3만평을 내놓고 귀농전문학교를 세워 생명운동을 펼치고 있는 도법스님.종단의 높은 자리도 마다한 채 생명운동에서 희망의 대안을 찾고 있다.

글 전편에 잔잔히 깔려 있는 것은 스님의 무욕(無慾)이다. 그 무욕은 자신을 버리고 온생명을 끌어안고자 함이다.

“감자를 감자이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해와 달, 흙과 물, 똥과 오줌, 굼벵이와 미생물이 아니면 감자는 살지 못한다. 하늘과 땅, 바람과 물이 없으면 감자는 자라지 못한다. 사람의 삶도 예외가 아니다. 천지만물이 없으면 인간의 목숨도 없다. 이웃이 없으면 나의 삶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싸우고 죽여야 할 대상은 어디에도 없다.”

생명에 대한 스님의 진지한 성찰이 가슴 저미게 다가온다. 온갖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우리에게 스님은 이렇게 묻는다.

“그동안 청안청락하셨습니까?”

부처님 오신 날, ‘청안청락’의 진정한 의미를 곰곰 되새겨볼 일이다.

‘암자가 들려준 이야기’ 249쪽 7500원. ‘청안청락하십니까?’ 261쪽 7000원.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