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신범순-조영복 문학입문서 '깨어진 거울의 눈'

  • 입력 2000년 5월 5일 20시 04분


▼'깨어진 거울의 눈' 신범순, 조영복 지음/현암사 펴냄▼

밀란 쿤데라는 바흐와 스트라빈스키의 음악, 피카소의 그림, 세르반테스의 소설 ‘돈키호테’를 ‘카프카적인 것’으로 분류했다. 스트라빈스키의 건조하고 기하학적인 음향과 카프카의 그로테스크하며 환상적인 세계가 어떻게 통하는 것일까.

박완서의 ‘나목’은 박수근의 동명 회화에서 영감을 받은 소설이다. 흙벽이나 화강암을 보는 듯한 박수근의 거칫한 화면이 박완서의 소설에 등장하는 50년대의 황량하고 싸늘한 삶 속에 어떻게 투영되는 것인가.

신범순 (서울대교수) 조영복 (문학평론가)이 쓴 문학 입문서 ‘깨어진 거울의 눈’(현암사)이 출간됐다. 회화와 조각, 음악과 영상 등 다른 예술 장르를 넘나들며 문학의 본질을 들여다본 대중적 연구서다. 문학의 기능을 다룬 ‘은유는 삶이다’ 장에서는 영화 ‘일 포스티노(우체부)’에 등장한 대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입을 빌고, ‘리얼리즘의 변모와 현실의 새로운 발견’ 장에서는 황석영의 장편소설 ‘오래된 정원’을 통해 우리에게 친숙해진 케테 콜비츠의 판화를 들여다보며 ‘현실의 복사’와 ‘낯설게 하기’의 의미를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문학을 정의하는 규범들에 대해 논하기 보다는 계속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는 ‘예술적 창조 정신’에 대해 이야기하려 했다”고 책을 쓴 의미를 밝혔다. 제목은 ‘삶을 반영하는 거울로 존재해온 문학이 깨어진 거울로 파편화 되었다’는 폐허의 위기감 속에서 새로운 담론을 모색한다는 의미.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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