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문화권에서 예(禮)는 일상의 에티켓에서부터 사회의 계급질서와 정치체제까지 인간 삶 전체를 규정하는 실천규범이다. 철학사상이 의식과 사고방식을 지배했다면 예는 그 철학사상을 일상의 삶 속에서 익히고 검증하는 교육방법이었다.
이 책은 단순한 예교(禮敎·예로써 가르침)의 역사서가 아니다. 본래 ‘중국사상사통론’을 저술하려 했던 저자는 중국사상사를 존예교(尊禮敎·예로써 가르침을 존중함)와 반예교(反禮敎· 예로써 가르침을 반대함)의 갈등과 투쟁의 관점에서 서술하며 예교사상에 대한 전체적 조망을 얻도록 도와준다.
올해로 95세를 맞은 이 노학자가 1989년에 탈고했던 이 책(원제·中國禮敎思想史)은 그의 사상을 집대성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30년만에 완성한 ‘중국사상사통론’의 초고를 68년 문화대혁명기에 가택수색 과정에서 분실한 후 그것을 대신하는 작업으로 완성한 이 책은 그 30년 간의 노력을 고스란히 압축한 그의 학문의 총결산이다.
중국 전통사상에 대해 비판적 입장에 서 있는 저자는 ‘옛 전통의 타파’를 기준으로 삼고 이 책을 저술했다고 밝힌다. 그 중에서도 특히 중국역 사에서 여성이 받은 억압과 핍박 및 이를 극복하기 위한 이론전개 와 투쟁의 역사를 상세히 전해 준다.
그는 “고래의 불행한 자들을 위해서 그들의 불평을 말하여 역사에 대해 새로운 평가를 내리는 것이 나 자신의 가장 신성하고 또한 가장 어려운 책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이 때 중국역사에서 가장 불행했던 자를 여자로 보는 것이다. 여자란 “여자로 ‘태어났다’는 사실 때문 에 태어나서는 아버지, 시집가서 는 남편, 남편이 죽은 뒤에는 자식을 주인으로 삼아 섬겨야 하는 영원한 노예”라는 주장이다.
저자는 이런 잘못된 예교의 기원을 종법에서 찾는다.
“종법제도는 고대 남자중심사회의 귀족 혈연통치의 엄격한 신분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적서(嫡庶), 노소, 친소의 관계에 따라 귀천 존비 고하의 지위를 결정하여, 나라 전체를 부계 가장의 통치로부터 시작하여 귀족 세습통치로까지 확대하려 한 제도다.”
이런 예교사상은 3단계를 거쳐 변화를 겪으며 종교화된다.
“첫째는 선진(先秦) 유가가 예교를 종교에 대신하는 것으로 만든 것이며, 둘째는 한(漢)대에 예교를 천신화(天神化)한 것이며, 셋째는 송 원 명 청대에 예교를 천리화(天理化)한 것이다.”
중국 고대의 귀족혈연통치의 엄격한 신분제도인 종법제도를 기초로 하여 형성된 예교는 선진시대에 시작해 한 송 원 명 청이라는 거의 전 시대를 통해서 종교화됐다는 것이다.
유가의 예를 집대성한 공자에서부터 예교(禮敎)를 이기론(理氣論)으로 해설한 짱자이(張載) 청이(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