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명봉교수(국민대 법대)는 학계에서 정평 있는 통일헌법 전문가다. 그의 통일헌법학은 가히 신앙의 경지에 이른다. 4·19와 6·3의 공통세대인 장교수가 학생시절부터 줄기차게 매달린 화두가 민족의 통일과 헌법이다. ‘분단국가의 통일과 헌법’은 장교수의 또 하나의 통일헌법 관련 저술이다.
1998년에 유사한 제목으로 출간한 저술을 전면 보정하여 ‘독일과 예멘의 통일사례와 헌법자료’라는 부제를 달았다. 선행저술이 다루지 못한 주변국의 문제가 언급되어 있고, 무엇보다도 결론에 해당하는 제3장 (독일통일과 예멘통일의 교훈)이 인상적이다.
서독의 헌법(기본법) 질서 속에 동독을 수용한 ‘흡수통일’을 이룬 독일의 예와 남북예멘이 합의로 ‘합의통일’의 길을 밟은 예멘의 예를 헌법적 차원에서 논의한 연구서로 평화통일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우리에게 좋은 시사점을 줄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동독헌법의 변화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어 북한헌법의 변화가능성을 가늠하는 데 유용한 참조자료가 될 것이다.
독일의 경우에 비해 지극히 연구자료가 희소한 예멘통일에 관해서는 모범적인 자료집으로서의 가치도 크다. 동서독 헌법과 통일독일헌법, 그리고 북예멘, 남예멘 및 통일예멘헌법을 포함한 충실한 부록에 예멘의 지도까지 담는 저자의 섬세한 배려가 돋보인다.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통일문제와 관련하여 결론으로 제시한 네 가지 시사점(183~185쪽)은 이러한 결론을 도출하는 이론적 분석틀이 상대적으로 취약하여 엄정한 학술저술로서의 가치에 일말의 단서를 달게된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이 오히려 이 저술로 하여금 많은 독자에게 친근감을 가져다 줄 것이다. 오랜 시일에 걸쳐 다져진 저자의 남다른 열정이 모든 불만을 덮어주고도 남는다. 456쪽 2만5000원
안경환(서울대 법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