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네모의 책'/11세 소년의 '지식 탐험'

  • 입력 2000년 5월 5일 20시 04분


▼'네모의 책' 니콜 바샤랑, 도미니크 시모네 지음/박창화 옮김/사계절 펴냄▼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쳐 기억상실증에 걸린 열한살짜리 프랑스 소년 네모. 잃어버린 기억과 자신의 정체성를 되찾기 위해 형과 함께 여행을 떠난다.

이집트 피라미드, 로마의 유적지, 베르사유궁전 등등을 둘러 보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네모는 세상과 인간 그리고 역사를 발견한다. 네모에겐 모든 것이 새롭고 모든 것이 궁금하다. 자신은 어떻게 태어나게 됐는지, 신체 구조는 어떠한지, 해는 어떻게 뜨고 지는지, 사람들은 왜 기도를 하는지, 문명은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

이 책은 소년 네모가 자아를 찾고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또래 아이들(초등학교 고학년에서 중학생까지)들에게 필요한 교양지식을 전해준다. 역사 예술 문학 지리학 생태학 과학 천문학 종교 철학 등 열한살 전후의 아이들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저자는 이야기를 소설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대화를 통해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그래서 지루하지 않다.

설명도 비교적 명쾌하다. 성당건축물을 보고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의 차이점을 설명하는 대목. 로마네스크는 둥글고 고딕은 뾰족하다고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야기의 폭도 넓다. 이집트 피라미드 앞에선 삼각형과 기하학에 관한 이야기로 넘어가고 문명이야기를 하다간 이내 종교이야기로 넘어간다.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깊은 생각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 베르사유 궁전 앞에서 왕과 귀족의 탐욕을 전해 듣곤 화를 삭이지 못하는 네모. “세상엔 왜 차별이 있을까” 하고 궁금해한다. 이 대목에서 네모는 프랑스혁명과 민주주의에 대해, 미국의 독립선언과 세계인권선언,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유럽에서 자유를 얻어가는 과정에 대해 배운다.

여러 아이템 각각의 내용을 중간중간 한페이지씩 그림과 도표로 요약해 놓아 이해를 돕고 있다. 박창화옮김. 372쪽 1만2000원.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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