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제 중 열리는 칸 필름 마켓에는 ‘춘향뎐’ ‘해피 엔드’(비평가주간) ‘박하사탕’(감독주간) ‘오’ 수정’(주목할만한 시선) ‘우산’(단편 경쟁) 등 5편의 공식 부문 후보작 외에도 한국 영화들이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쉬리’ ‘은행나무 침대’ ‘반칙왕’ ‘섬’ ‘여고괴담2’ ‘텔 미 썸딩’ ‘아나키스트’ 등 13편의 영화가 현지 시사 일정이 확정된 상태. 여기에 ‘개정증보판’으로 해외시장에 재도전하는 ‘용가리’ 등 영화사 자체적으로 판매에 나선 작품까지 포함하면 해외 고객의 ‘눈도장’을 기다리는 영화는 50편이 넘는다.
그동안 칸영화제를 비롯한 국제영화제와 필름 마켓은 명목상 우리 영화의 해외 진출 창구였지만 구호에 그쳤다. 사실상 ‘수입 창구’ 역할을 했을 뿐이다.
영진위 자료에 따르면 1998년 수출은 33편에 307만 달러(약 36억8000만원)인 반면 수입은 278편(문화영화 18편 포함)에 3510만달러(약 421억원)였다. 여기에서 242만달러의 수출을 기록한 ‘용가리’의 수출 실적을 빼면 초라하기 짝이 없는 실정.
하지만 지난해를 계기로 한국 영화에 대한 국제 시장의 반응이 개선됐다는 게 영화계 안팎의 공통된 시각. ‘쉬리’와 ‘텔 미 썸딩’이 일본에 각각 130만달러와 50만달러에 수출됐고, ‘박하사탕’도 일본 시장에서 15만달러를 기록했다. 대부분 수출가격이 1만달러 미만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영진위가 집계 중인 비공식 자료에 따르면 1999년 수출은 80편에 573만달러(약 687억원)에 이른다.
칸영화제 중 29편의 영화 판매를 대행할 미로비젼의 채희승 대표는 “‘쉬리’ ‘주유소 습격사건’ ‘여고괴담 2’의 경우 2월 베를린 영화제에서도 팔라는 요구가 많았지만 가격을 제대로 받기 위해 거절했다”면서 “이번 칸영화제가 한국 영화 수출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인기 브랜드로 변모할 조짐은 여기저기서 발견된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을 비롯, 연예전문지 ‘버라이어티’ ‘할리우드 리포터’ 등은 지난달 한국 영화 특집을 통해 “한국 영화가 1999년 할리우드 영화를 밀어내고 시장 점유율 40%에 이르는 등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며 “한국이 동양의 할리우드로 떠오르고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또 ‘쉬리’로 대표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국제 무대 진출 가능성도 집중적으로 부각됐다.
CJ엔터테인먼트의 석동준 과장은 “한국 영화의 해외 세일즈에서 가장 큰 벽은 낮은 인지도였다”면서 “분위기가 성숙된 만큼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는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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