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향제 학술대회]'춘향전'통해 본 문화산업의 진로

  • 입력 2000년 5월 8일 19시 47분


우리 민족의 대표적 고전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형식으로 재생산되는 ‘춘향전’. 이 때문에 ‘춘향전’은 우리 문화의 현대화 및 산업화를 논할 때 대표적인 사례가 된다.

마침 임권택감독의 영화 ‘춘향뎐’이 한국 영화사상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 공식 경쟁부문에 진출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춘향제전위원회와 판소리학회가 춘향제 70주년을 기념해 최근 ‘춘향과 21세기 한국문화’라는 주제의 학술대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학자와 공연예술가들이 두루 참석해 춘향전의 사례 검토를 통한 21세기 한국 문화 산업의 방향을 모색했다.

‘춘향전’은 국내외에서 지난 수십년 동안 거의 한 해도 빠짐없이 어떤 형식으로든 재현돼 왔지만 늘상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었다. 임감독의 영화 ‘춘향뎐’도 고전을 조상현 명창의 판소리 리듬과 결합시켜 영상화한 실험적 형식으로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기는 했지만 흥행면에서는 부진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발표자들은 다양한 형식의 변화를 통한 춘향전의 문화상품화를 모색했다. 판소리의 측면을 검토한 최동현교수(군산대)는 “근본적으로 판소리 ‘춘향가’는 스러져가는 예술”이라고 전제하면서 “풍물이 사물놀이, ‘난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는 자기 갱신을 통해 세계화에 성공하고 있는 예를 참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교수는 ‘난타’가 악기를 사용하는 대신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생활도구들을 사용함으로써 음악성은 훨씬 약화됐지만 연극적인 볼거리를 강화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원형에서 어느 요소를 제거하거나 강화하고 또 다른 장르의 요소들을 도입하며 이를 다양하게 조합해 재창조함으로써 세계적인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TV드라마 연출가인 김한영씨는 “꽉 낀 청바지를 입고 머리에 노랑물을 들이고, 휴대전화로 이도령과 통화하며, DDR를 즐기고, 컴퓨터로 채팅하는, 이 시대에 살아 숨쉬는 춘향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이를 통해 춘향이 캐릭터, 춘향이 소품, 컴퓨터게임, 대중가요 등 다양한 문화상품으로 춘향전을 적극 활용하자는 것이다.

<김형찬기자>h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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