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명 콩쿠르에서 여러 번 입상한 경력도 있는 어느 피아니스트의 ‘콩쿠르론’. 여러 차례의 비교 선발을 거치다 보면 연주자의 개성과 숨은 가능성은 도외시된다는 불평이다. 그러나 이런 저런 ‘콩쿠르 무용론’에도 불구하고 차세대 거장을 찾아내는 자리로서 콩쿠르의 역할은 오히려 점점 커지고 있다.
20년전 유명 콩쿠르에서 혜성처럼 출현, 세계 음악계의 문을 열어젖힌 피아니스트 두 사람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나란히 선다. 19일 8시 슈만 스크리아빈 등의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서혜경과 21일 3시 쇼팽 피아노소나타 3곡 전곡연주를 갖는 베트남의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
서혜경은 80년 이탈리아 볼차노에서 열린 세계적 권위의 부조니 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 고국 팬들을 놀라고 기쁘게 했다. 근육 이상으로 한동안 슬럼프를 겪기도 했으나 올해 1월 기성 연주가들이 참가하는 미국 팜비치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하는 등 화려한 연주 2기를 열어가고 있다.
상반신 전체의 힘을 싣는 큰 볼륨, 거침없이 음표를 쏟아놓는 화려한 손놀림은 우리 나라 피아니스트 가운데는 흔히 찾아보기 어려운 면모다. 로망스 2번, 소나타 2번, 아라베스크 작품18 등 슈만곡과 스크리아빈 소나타 5번 등으로 프로그램을 짰다. 1만2천∼5만원. 02-757-1319 (오퍼스 21)
당 타이 손은 ‘피아노의 마녀’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를 격노시킨 일화를 갖고 있다. 80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쇼팽 국제 피아노콩쿠르 결선에서 그는 이보 포고렐리치와 대결했다. 아르헤리치는 자신처럼 힘 좋고 끼 넘치는 포고렐리치를 우승후보로 밀었지만, 다른 심사위원들은 섬세하고 서정적인 당 타이 손을 우승자로 결정했다. 성난 아르헤리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돌아오지 않았다.
오늘날 포고렐리치가 세계 무대의 슈퍼스타로 자리매김했고 당 타이 손은 상대적으로 작은 입지를 구축하고 있지만, 균질한 손가락 놀림으로 아름다운 노래를 빚어내는 그의 단아한 연주는 여전히 많은 팬을 갖고 있다. 현재 도쿄 쿠니다치 음대 방문교수로 활동중. 그의 장기인 ‘피아노의 시인’ 쇼팽의 소나타 3곡 전부를 이번 콘서트에서 선보인다. 2만∼5만원. 02-543-5331 (음연)
<유윤종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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