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삼선동에서)
▼답▼ 아마도 주변 사람들로부터 ‘착한 사람’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는 평판을 얻고 있지 않을까 싶군요. 그런 분들 중에 비슷한 고민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일단 자기 이미지에 자긍심을 가지시기를 바랍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은 귀하고 소중한 거니까요. 그러나 인간관계는 상호적인 것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는 없겠지요. 양방향 통행이 잘 이뤄질 때 더 나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것입니다.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책임 또한 양쪽 모두에게 있습니다.
상처를 줄까봐 두렵다고 하셨는데 그것 역시 상대적인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상대방이 자기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상처를 더 받거나 덜 받기도 합니다. 일방적으로 상처를 준다는 생각 역시 지나친 걱정일 수도 있습니다. 자기 의사를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지 않을까 지나치게 두려워하거나 아예 자기는 그럴 자격이 없다고 여기는 열등감 때문인 경우가 많습니다.
인생에서 힘든 역할을 자처하고 싶은 피학적인 심리나 문제를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원인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그것을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상대방에 대한 지나친 배려가 꼭 그를 도와주는 길은 아닙니다. 어쩌면 그가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기회를 빼앗을 수도 있지요.
그러므로 서로를 위해서도 세상에는 각자가 짊어져야 할 삶의 무게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는 게 어떨까요.
(양창순신경정신과 원장) www.mind-op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