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데블린 지음/ 사람in
새로운 정보를 교환하고 아이디어를 이끌어내기 위해 회의를 한다면 적정인원은 몇 명일까? 두명 또는 세명이 최대다. 이 답의 근거는 수학적인 것이다. 세사람이 모여서 회의를 할 때 한 사람만 알고 있는 정보가 회의에 소개될 확률은 30%. 그러나 세사람 모두 알고 있는 정보가 소개될 확률은 66%로 커진다.
이 책 ‘인포센스’는 이처럼 정보를 물질로 보고 수학적 방법을 분석도구로 적용하는 지평을 열어보인다. 저자 데블린은 캘리포니아 세인트메리대 학장이며 스탠퍼드대 CSLI(언어와 정보연구센터)의 수석연구원인 재기 넘치는 수학자.
저자는 먼저 정보와 지식의 차이를 이런 공식으로 제시한다.
정보〓데이터 + 의미
지식〓내면화된 정보 + 정보사용능력
즉 정보는 개인 혹은 집단에 의해 얻어지고 저장되며 처리돼 전달되는 물질(Substance)일 뿐이고 지식이야말로 이런 정보를 사용가능한 수준으로 내면화한 것으로서 오로지 지식 소유자의 머릿속에서 비롯되고 응용된다는 것이다.
“차의 기름이 떨어졌어요”(갑) “모퉁이를 돌면 주유소가 나옵니다”(을) 같은 일상의 사소한 대화조차 다이어그램과 확률공식들을 동원해 감추어진 공식을 밝혀내는 저자. 그러나 그 과학적 접근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곧장 15장 ‘일터의 문화’로 옮겨가도 좋다.
책의 결론 부분인 뒷부분 일곱장에서 저자는 ‘그 모든 정보유통의 공식이 최적화되려면 일터의 문화가 건강해야 한다’ ‘지식경영의 기반이 데이터베이스라고? 천만에. 지식을 머릿속에 담고 있는 사람이 기반이다’라고 일관되게 주장한다. 저자는 ‘지식을 습득하는 유일한 방법은 지식을 가진 사람을 확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가장 정확히 이해하는 회사가 공룡 마이크로소프트(MS)라고 주장한다. MS가 ‘다른 기업을 먹어치운다’는 욕을 먹어가면서도 꼭 경쟁회사를 인수하고 재고품을 쌓아놓는 값비싼 방법을 택하는 것은 그들이 ‘제품도, 제품제작의 정보도 아닌 제품을 생산한 사람들’을 원하기 때문이라는 것. 최근 북미의 주요 기업들이 회사내 지식흐름을 관리하기 위해 앞다퉈 채택하고 있는 인사제도인 CKO(Chief Knowledge Officer)에 관해서도 저자는 짚고 넘어간다. CKO는 ‘효과적인 정보처리기술이란 지식을 기호화하는 방법이 아니라 지식을 공유하는 방법, 즉 커뮤니케이션을 지원하는 것’ 임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IBM의 존 애이커스가 실패한 CEO(최고경영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가 ‘냉수기 앞에서 잡담금지’라는 업무수칙을 강요했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서로 다른 지식, 기술, 경험을 가진 직원들이 냉수기 앞에서 자연스레 대화할 수 있는, 즉 지식이 흐를 수 있는 통로를 차단함으로써 대형컴퓨터에서 초소형컴퓨터로 컴퓨터사용문화가 급변하는 시기에 IBM이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식경영, 지식기반사회를 부르짖으면서도 지식의 주인인 사람의 재교육이나 열린 기업문화 구축은 제쳐두고 데이터만 쌓아두는 기업풍토에 일침을 가한 분석서. 미국에서 지난해 6월 발간돼 경영자들 사이에 호평을 얻었다.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