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에서 ‘일탈기록’은 더 이상 ‘부모세대’와 ‘나’를 금긋는 세대적 구분으로 청년세대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인정한다.
‘20대라는 추상적 경계 앞뒤로 포진된 미세한 연령적 차이, 오렌지족에서 철가방까지 위계질서화된 계급적 차이, 성별 이분법에 균열을 일으키는 성적 정체성의 차이 등 청년세대는 하나의 정체성으로 보통명사화될 수 없다’(‘청년세대들의 문화꼬뮨사회를 위하여’ 중)
이들이 청년세대의 가능성이자 한계로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차이의 문화’다.
펑크록과 데스메탈을 연주하는 클럽에 모인 아이들, 화양리의 10대 삐끼들, 사이버 유스넷 공간, 재즈와 록페스티벌 등 주류소비문화의 외곽에서 다양한 소수문화가 증가해온 것이 긍정적인 변화지만 그 소수문화끼리 교통을 거부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 그래서 ‘아름다운 차이를 정치화하라’는 것이 하나의 실천강령으로 제시된다.
‘차이’를 긍정하는 이들은 그런 관점에서 획일화의 틀을 깨뜨리지 못한 선배 386세대를 비판한다.
‘정치적 진보를 외쳤지만 불행하게도 의식은 적을 닮아버렸다. 다양성은 하나의 논리로 수렴됐고 그 논리를 위해서 나머지는 모두 배제된다. 이것이 바로 80년대 삶의 방식, 전반적인 문화 그 자체였다’(‘80년대를 묻어라’중)
80년대와 90년대를 지나오면서 문화없는 정치경제, 정치경제없는 문화의 선택이 결국 청년문화를 국가와 자본의 ‘봉’으로 전락시킨 원인이라고 진단하는 ‘일탈기록’의 편집동인들.
그래서 이들은 학생운동의 위기와 297(70년생이며 90년대 대학에 입학한 20대)의 벤처열풍, 원조교제와 10대 문화매니아 등 서로 충돌되고 이질되는 청년문화들을 동시에 드러내겠다고 밝혔다.
창간호에는 현장기록인 ‘가리봉동의 십대문화’, 비평 ‘컴퓨터게임으로 꿈꾸기’ ‘한국적 인디문화의 과거와 미래’ 등 20편의 글이 실렸다. ‘세대론’을 부정하면서도 여전히 스스로를 ‘청년세대’로 구별짓는 것이 논리적 모순으로 비치기도 한다. 216쪽. 8000원.
<정은령기자>ry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