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탁 나환자들의 요양소인 경기 의왕시 성 라자로 마을의 원장인 김화태신부는 최근 한 일본인 후원회원으로부터 이같은 편지를 받았다.
1950년 6월2일 세워진 성 라자로 마을이 올해 설립 50주년을 맞는다. 종기 투성이의 거지였으나 예수의 사랑을 받은 성경속 인물의 이름을 딴 마을. 이 곳에서 50년 동안 수백명의 나환자들을 돌볼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국내외 후원회원들의 끊임없는 지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재 성 라자로 마을의 후원회원은 2만여명. 국내 회원 1만8000여명과 해외 회원 2000여명이 있다. 성라자로 마을 돕기회장은 언론인 봉두완씨. 그는 4대 회장을 지낸데 이어 다시 7대 회장을 맡고 있어 두 번째 회장을 맡고 있다. “한국일보 워싱턴 특파원 시절 고국에서 유학온 신부님들이 고생하시는 걸 보고 신부님들을 돕겠다는 마음으로 라자로 마을 후원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이종덕 총감독도 성 라자로 마을 돕기 활동이라면 자기 집 일 보다 더 열심히 챙긴다.
성 라자로마을의 초대원장을 지낸 고 이경재신부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이 마을의 뜻을 전파해 많은 해외 회원을 확보했다. 일본의 유명작가 소노 아야꼬 여사는 이 곳의 회원이 되어 나병으로 시력을 잃은 사람들을 데리고 이탈리아 등지의 성지를 순례하기도 했다. 1975년에는 한국에 온 일본인 관광객이 빠찡꼬로 딴 거금을 기부해 이곳에 간호사 숙소를 짓기도 했다.
유명인사들의 헌신보다 더욱 소중한 것은 한 달에 1000원 정도의 회비를 내는 무명 회원들의 정성이다. 술집 여종업원들이 단체로 회원에 가입하기도 했고 군것질을 줄인 초등학생들이 모아 보낸 돈도 있다.
이 곳의 설립일이 자신의 생일과 같아 운명적인 느낌을 갖고 1998년 부임했다는 김화태원장. 그는 “이 곳을 떠나지 않고 지켜준 나환자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성라자로 마을이 있었다”며 “올해 50주년 행사에서는 이 곳을 지켜 준 나환자들에게도 감사의 뜻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환자와 후원회원들이 함께 지켜 온 성 라자로 마을. IMF 이후 후원회원이 5만여명에서 2만여명으로 급감했으나 오늘도 ‘빈자(貧者)의 등(燈)’은 꺼지지 않고 있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