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즈 로벅(Sears Roebuck), 디지털 이큅먼트(DEC), 제록스 등 한때 시장을 지배하던 선도 기업들이 몰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들 실패 사례들의 공통점은 세계 초우량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던 바로 그 시기에 기업의 운명을 좌우할 잘못된 의사 결정이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시어즈는 매장 브랜드, 캐털로그 판매, 신용카드 판매 등 혁신적인 유통 기법들을 창안한 선도적인 기업이었지만 할인점과 홈쇼핑의 등장을 무시했으며, 디지털 이큅먼트는 미니 컴퓨터 시장의 독보적인 존재였지만 역시 개인용 컴퓨터 시장의 위력을 간과했었다. 즉, 시장을 지배할 새로운 기술의 도래를 무시한 채 현재 자신의 주력 시장과 기술에 집착했던 것이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저자가 제안한 ‘존속성 기술(Sustaining Technology)’과 ‘와해성 기술(Disruptive Technology)’의 개념을 명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때 존속성 기술이란 주력 시장에서 주고객들이 평가하고 기대하는 수준에 따라 기존 제품의 성능을 개선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반면에 와해성 기술이란 소수의 기존 고객이나 아예 새로운 고객들로부터만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급진적인 기술을 의미한다.
시어즈가 창안한 유통 기법들과 디지털 이큅먼트의 미니 컴퓨터 기술이 존속성 기술이라면 할인점, 홈쇼핑, 개인용 컴퓨터 관련 기술들이 와해성 기술인 셈이다. 결국 선도 기업을 실패로 몰고간 것은 고도의 존속성 기술이 아니라 당시에는 하찮게 보이던 와해성 기술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기술 전략을 연구하는 하버드대 교수로 와해성 기술의 개념을 창안한 당사자다. 저자는 많은 선도 기업의 성공과 실패 사례를 연구한 결과 급변하는 환경에서 성공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존 조직 문화와 단절된 새로운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기존의 고객과 조직은 자신이 현재 주력하고 있는 기술을 개선시키는 것을 원하지, 기존 시장을 파괴할 수 있고 미래도 불확실한 와해성 기술에 투자하는 것을 결코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조직은 시장의 판도를 바꿔 놓을 수도 있는 새로운 기술 기반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를 사장시키게 되고 그 결과 새로운 환경의 도래와 더불어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디스크 드라이버, 굴삭기, 컴퓨터, 전기 자동차 산업 등 풍부한 사례를 담고 있는 이 책은 단순히 기술에 관한 책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전략에 관한 책이다. IMF 이후 자만심에 빠져 있는 경영자들과 디지털 경제라는 새로운 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경영자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
이동현(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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