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는 소비자의 관심을 얻기 위해 거금을 투자하지만 소비자들은 시간을 아끼기 위해 돈을 쓴다. 끼여들기 마케팅은 시간을 아끼려는 사람들에게는 적이다.”
‘야후(Yahoo.com)’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인 저자는 기존의 마케팅 방식인 ‘끼여들기 마케팅(Interruption Marketing)’을 비판하며 그 대신 마케팅의 새로운 철학으로서 ‘퍼미션 마케팅(Permission Marketing)’을 제안한다. 저자는 ‘고객의 허락(Permission)’이 바로 인터넷 시대에 걸맞는 마케팅의 기본이라고 주장한다.
텔레비전 드라마 사이에도 중간 광고가 끼여들고 옷에도 광고가 붙는다. 곳곳에 광고전단이 뿌려지고 인터넷 화면에도 배너광고가 가득하다. e메일박스에는 광고 메일이 정작 필요한 메일보다 훨씬 많다. 텔레비전을 1시간 시청하면 40개 이상의 광고를 보고 신문 한 부를 보는데도 100가지가 넘는 광고를 만난다. 이밖에도 수없이 접하게 되는 로고, 게시판, 우편물…. 여기에 또 하나의 끼여들기 광고로 소비자의 시간을 축내면서 마케팅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일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이미 과잉 상태가 된 정보에 무관심한 반면 시간은 소중히 여긴다는 데 주목한다. 시간만은 만성적 공급 부족을 겪고 있지만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자원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퍼미션 마케팅은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시간을 내서 참여하며 필요한 것들을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상호대화식 마케팅이다. 저자는 퍼미션 마케팅의 5단계를 제시한다.
1.고객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인센티브를 주며 투자한다.
2.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 제품과 서비스를 단계별로 설명한다.
3.허락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보강한다.
4.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더 높은 수준의 허락을 받아낸다.
5.점차 기업이윤 쪽으로 유도하기 위해 ‘허락’을 활용한다.
단지 자발적이라는 이유만으로도 퍼미션 마케티은 소비자의 관심을 유도한다. 따라서 마케터는 다른 경쟁자나 방해 마케터가 끼여들까 염려하지 않고도 조용하고 간결하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게 된다. 관건은 소비자들이 관심을 기울이도록 소비자에게 필요한 메시지를 제공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이도록 자극을 주는 것이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카드회사와 제휴해 마일리지를 제공하고 증권회사나 꽃배달 전문회사 등과의 제휴해 갖가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퍼미션 마케팅으로 가장 일찍부터 성공을 거두고 있다. 반면 퍼미션 마케팅의 선두주자였던 ‘아메리칸 익스프레스’는 비싼 회비에 비해 질이 낮은 인센티브 때문에 경쟁업체에게 밀리고 있다.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허락을 받는 데는 많은 비용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안정적인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다. 이상필 옮김 317쪽 1만2000원
<김형찬기자>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