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우울증과 광기는 그의 삶과 철학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이것이 이 책의 주제다. 프랑스 의학교수인 저자는 니체에 관한 여러 자료를 통해 정신분석학적인 접근을 시도한다. 저자는 니체가 조울증 환자였다고 결론짓는다. 조울증은 조증(躁症)과 울증(鬱症)이 교대로 나타나는 정신장애다. 조증은 정신이 흥분되어 약간 비현실적인 상태이고 울증은 우울하고 억제된 상태. 니체의 천재성은 이러한 병들과 밀접하다는 것이 저자의 기본 견해.
니체는 어려서부터 근시 편두통 만성정신장애에 시달렸으며 이것이 조울증으로 이어졌다고 말한다. 아버지의 죽음 등으로 인한 유년기의 애정결핍이 이러한 징후에 한몫 했다고 추론한다.
니체의 창조성은 그의 기분 상태와 밀접하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니체의 조증은 일상에 지장을 주지 않고 오히려 지적 흥분과 도취를 불러 일으켰고 이러한 상태 속에서 니체는 상상력과 창조성을 발휘해다고 한다.
그러나 우울증이 찾아오면 죄책감 수치심으로 괴로워했고 피로 수면장애 탈진 등에 시달리기도 했다. 우울증이 심했던 1879년엔 7개월동안 12번이나 이사했을 정도로 불안해했다. 조증이 찾아오면 니체는 강력한 지적 상태에 휩싸인다. 이로 인해 활기와 도취의 마력에 빠지고 해방감을 느낀다. 이것은 공격적인 말투, 통제와 구속에 대한 저항 등을 낳았고 나아가 초인(超人)의 우월성과 가치의 전환을 시도하는 철학으로 이어졌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우울증이 정점에 달했던 1880년 이후에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2부, ‘서광’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도덕의 계보’‘ 바그너의 경우’‘디오니소스 찬가’ 등과 같은 역저가 쏟아져 나온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라고 말한다.
우울증이라는 정신장애를 통해, 혹은 그 장애의 고통을 딛고 철학의 새로운 차원을 개척한 니체. 이 책에서 그의 새로운 면모를 만날 수 있다. 330쪽, 1만원.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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