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책]'토끼와 늑대와 호랑이와 담이와'

  • 입력 2000년 5월 19일 19시 49분


모르는 아저씨를 따라가면 안돼. 모르는 아줌마에게는 절대로 대문을 열어줘선 안돼. 아무리 고운 말로 너를 달래도 사실은 아주 나쁜 사람들이란다.

아이들의 안전에 관한한 문명 사회는 여전히 정글일 뿐이다. 빨강모자와 빨강모자의 할머니를 잡아먹었던 늑대가 지금도 대문만 나서면 우글우글하다고 부모는 아이에게 가르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와 남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는 것은 또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그림책 ‘토끼와 늑대와 호랑이와 담이와’는 옛 동화의 가르침을 뒤엎는다. 낯선 존재를 무조건 경계할 것이 아니라 이해하는 것이 더 즐거운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라고 일러준다.

엄마가 시장에 가면서 혼자 남게된 아기토끼. 엄마토끼가 “고개 너머에 사는 늑대가 와서 엄마다 엄마다 하고 문을 두드릴 수도 있어”라고 걱정하자 똘똘한 아기토끼는 “절대 문 열어 주지 않을 거예요” 라고 다짐한다. 긴 손톱을 가진 늑대를 쫓아내기 위해 큰 빗자루까지 들고 기다리는데, 어럽쇼 왜 늑대가 안 오는 거지?

기다리다 지친 토끼는 마침내 고개를 넘어 늑대집을 찾아가는데 똑똑 문을 두드리자 흘러나오는 가느다란 목소리.

“누구니?” “나야!” “나가 누구니? 혹시 손톱이 길게 나고 아주 날카로운 이빨에 잡아먹으려고 으르렁거리는 호랑이는 아니니?”

아기늑대도 엄마가 시장에 가면서 “호랑이가 돌아다니니까 집에 꼼짝말고 있어라” 신신당부했던 것. 빼꼼히 문을 연 아기늑대. 토끼와 악수를 나눈 뒤 긴 빗자루를 들고 함께 호랑이를 기다린다. 그런데, 왜 이렇게 호랑이가 안 오는 거지? 둘은 마침내 고개 너머 호랑이의 집으로 달려가 똑똑 문을 두드린다.

“누구니?” “우리야!” “우리가 누구니? 너네 혹시 긴 총을 들고 있는 사냥꾼 아니니?”

엄마 호랑이가 시장에 가고 혼자 남은 아기 호랑이는 무서운 사냥꾼이 올까봐 문을 꼭 닫고 있었던 것. 빼꼼히 문을 열고 나온 호랑이를 보고 토끼와 늑대는 웃음짓는다.

“네가 호랑이니? 너 참 재미있게 생겼구나. 호랑이야,안녕?”

친구가 된 아기토끼 아기늑대 아기 호랑이는 숲으로 놀러 나간다. 그런데 이때 나무뒤에서 자박자박 나는 발소리의 주인공은….

막연한 두려움은 근거없는 증오와 불화를 낳는 법. 아이와 함께 읽으며 ‘타인에 대한 이해와 신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유쾌한 그림동화다. 채인선은 ‘그 도마뱀 친구가 뜨개질을 하게 된 사연’등으로 주목받는 작가이며 한병호는 도깨비 그림 전문가. 번역서만 내온 시공주니어가 발간한 첫 창작 그림책이기도 하다. 28쪽 7500원.

<정은령기자>ry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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