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는 “월간지는 신속한 보도를 필요로 하는 다른 언론 매체보다 신중하게 사실을 확인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도 한국논단은 이에 상응하는 노력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한국논단은 ‘천주교 인권위가 출소한 공산주의자들의 거주를 돕기 위해 거처를 주선해 줬다’거나 이를 바탕으로 ‘친북 이적 활동을 공공연히 전개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이 기사의 내용은 진실이라고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박노해 서경원씨 등을 석방하라는 천주교 인권위의 탄원은 양심수 문제를 인권 차원에서 건의한 것이므로 공산주의자들의 석방을 요구했다고는 볼 수 없다”며 “이를 ‘북한의 주장을 여과없이 수용했다’고 보도한 기사 내용은 진실성을 결여했다”고 밝혔다. 기사내용이 진실과 다르더라도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으면 명예훼손 책임을 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한국논단은 모 수사기관의 구체적이지 않은 정보를 기초로 기사를 썼으므로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충분한 이유가 없었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천주교 인권위는 한국논단이 97년 8월호에 ‘공산당이 활개치는 나라’라는 제목의 기사 등을 통해 인권위가 친북 이적활동을 하고 있다고 보도하자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 1심과 항소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한국논단과 이씨는 이외에도 97년 TV에 생중계된 ‘대선후보 사상검증 토론회’에서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친북세력”이라고 발언해 시민단체들로부터 명예훼손 소송을 당하는 등 ‘좌익’시비와 관련된 4건의 소송에 모두 패소, 98년 말까지 4억5000만원의 배상판결을 받았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