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란은 우리 시대의 진정한 인간관계에 대한 탐문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전통적 인간관계가 사라지면서 새 인간관계의 만남은 하염없이 엮어진 뫼비우스의 띠를 연상케 한다.
조경란의 인물들은 손쉬운 세속의 양식에 기대지 않는다. 안으로 깊어져 밖으로 열리는, 혹은 내 안의 뿌리로부터 타인과 교감하기 위한 속 깊은 숨결로 느껴진다.그 숨결은 차분하게 응시하는 작가의 시선에 의해 우리 시대의 진정한 인간관계라는 질문에 깊이를 더하게 된다.
'나의 자줏빛 소파'에서 "잎이 지고 나면 꽃이 피고, 꽃이 지고 나면 잎이 지고 마는 식물이 있다. 잎과 꽃들이 서로를 그리워 하지만 결코 만날 수 없다"고 쓴 '당신'이나, 그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 '나' 역시 "타인과 교통(交通)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기 소망하지만 소통은 아직 먼 거리에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조경란은 스토리로 요약될 수 있는 행위와 사건을 최소로 제한하면서도, 시적 표현과 서사적 긴장이 어우러진 조경란식 묘사의 뛰어난 문장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해보다 오해가 넘쳐나고, 사랑보다는 싸움이나 경쟁이 우세한 인간관계의 현장을 떠올린다면, 깊이 있는 교감의 시도 그 자체로 이미 의미를 갖지 않을까.
우리가 조경란 소설을 읽는다는 것은 '검은 절망'속에서 '녹색의 희망'을 체험하는 일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방정철/동아닷컴 기자 star61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