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우리 나라 사람들은 옛날부터 약물을 복용하는 것에는 무척 관대했던 것 같다. 몸을 위하는 보약이라면 부작용은 생각하지 않고 너도나도 먹고 있는 모습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태아는 태반을 통해서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받을 뿐만 아니라 엄마가 복용한 약물의 영향을 받는다. 신체 장기가 생기기 전인 임신 3개월 전에 약물이 들어가면 장기 형성에 장애를 받아 기형이 생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심한 경우에는 태아가 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
그 유명한 탈리도마이드 진정제 사건을 생각하면 약물의 영향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알 수 있다. 탈리도마이드도 처음에는 임산부의 구토증을 없애 주고 신경을 안정시켜 주는 가장 이상적인 약으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탈리도마이드가 태아의 장기 형성에 심각한 장애를 끼쳐 팔다리가 없는 기형아들을 속출시킨다는 사실이 몇 년 뒤에야 밝혀졌다. 임산부에게는 나타나지 않은 부작용이 태아에게 나타난 것이다. 태중 3개월 이후 뇌가 본격적으로 발육하는 시기에 약물을 복용하게 되면 뇌 발육에 지장을 일으켜 저능아나 신체 부자유아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약물이나 보약을 통해 임신부와 태아의 건강을 지키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그 대신 적절한 운동, 균형 잡힌 음식, 안정된 마음가짐이 임신부나 태아의 건강, 특히 태아의 뇌 발달에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서유헌(서울대의대교수·한국뇌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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